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에 대한 부동산 소유와 거래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청해 ‘셀프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전수조사에는 합의를 했지만 조사 주체를 두고 뜻을 모으지 못하던 상태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권익위에 요청한 것이다. 권익위 전현희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때문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인사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부동산투기 여부를 조사할 경우 편파조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전 위원장을 배제한 가운데 권익위가 조사하도록 한다는 편법을 제안했다. 선장이 빠진 기구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31일 MBC 출연, “난 조사 개입 안해” 강조

전현희 위원장은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전 위원장은 조사와 관련해 개입도 말고, 보고도 받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라는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의 요청에 대해 “요청하시기 전에 제가 이미 그런 조치를 했다”며 “공정성을 확실히 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사적 이해관계 신고서와 직무회피 신고서를 이미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회피신청을 했기 때문에 관련 전수조사 업무에 일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의뢰한 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직계가족의 부동산 소유·거래현황 전수조사에 대해 일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어서 전 위원장은 “내가 전직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보니, 야당 일각에서 중립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난 현재 당직이 없다”며 “권익위원장은 당직을 반환해야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오히려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전 위원장은 “(나는) 직무에서 완전히 회피되고 조사단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권익위 조사를 마다할 이유는 이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한 술 더 떠, 이해충돌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도 당부했다. “이 법은 2013년부터 정부·의원을 포함해 약 15회 법이 제출돼 10년 가까이 논의가 이뤄졌다”며 “이미 쟁점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고 검증이 완료됐으며 공정회도 마쳤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한 환경은 성숙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련해, 본인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사적 이해관계 신고서와 직무회피 신고서를 썼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조사의 객관성과 충실성 대신 ‘보여주기식 쇼’에 집중

민주당은 4.7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방치 문제가 떠오르자 다급한 분위기이다. 조사의 객관성과 충실성에는 관심이 없는 분위기이다. ‘보여주기식 쇼’에 매진하고 있다.

30일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한다"며 "국민권익위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동산 소유 및 거래 현황 전수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공직자 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엄중히 받아들여 공직사회 투기 근절에 온 힘을 다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부터 엄중한 잣대로 조사와 판단을 받겠다"고 강조하며 "민주당이 먼저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사를 의뢰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제안했지만, 야당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전현희 위원장 중립성 문제에 민주당은 ‘임기응변식’ 대응

민주당 출신인 전 위원장의 중립성 문제가 불거지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대행은 이에 대해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 문제가 있는 의원은 단호히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어떤) 개입도 하지 말고 보고도 받지 말아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행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도 즉각 지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광온 사무총장과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권익위에 당 소속 국회의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애 대한 전수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박 사무총장은 권익위에 의뢰하는 이유가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으로부터 철저한 검증을 받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전수조사 협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자세는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국민적 분노를 틈타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구성원 모두의 합의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 검증받기를 희망했으나 반쪽만 지키게 돼 죄송하다"며 "국민의힘도 시간을 더 지체하지 말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철저한 검증을 의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조사의 공정성과 실효성 확보에 방점...감사원 조사 요구

그러나 국민의힘은 조사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립적 정부기구인 감사원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7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보여주기식 제안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감사원에게 조사를 요청하는 입장이다.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인 권익위의 공정성이 과연 보장될 것인가 의문이다”고 비난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은 격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인 셈이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해 특검, 국정조사,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수조사의 주체와 방식을 두고 민주당은 권익위를, 국민의힘은 감사원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특검역시 수사 기관 관련해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재보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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