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3기 신도시 토지투기 사태를 겨냥한 민심이 악화되자 급기야 ‘대국민 사기극’에 나선 모습이다.

이제 검찰이 본격적으로 LH 수사에 나섬으로써 대대적인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것처럼 바람을 잡고 있지만, 경찰 중심의 현행 수사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균 총리,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 설치”공언 VS 검찰의 LH사건 직접수사는 ‘불법행위’

4.7보궐선거를 앞두고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인 결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미 검경수사권 분리가 시행되고 있어, 검찰이 LH사태에 대한 직접 수사를 벌일 경우 ‘불법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주재한 제 7차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는 ‘검찰이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LH를 포함한 공직자 투기의혹 사태와 관련해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공정에 대한 믿음과 가치를 흔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배신 행위“라면서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보면 LH 사태 초기에 단 1명 만의 검사를 투입해 비난받던 정부가 성난 민심에 밀려 500명 투입하겠다고 백기를 든 것이다. 정부여당이 지금까지 외쳐온 ‘검수완박’과는 완전히 달라진 결말이다.

이에 따라 경찰 내 편성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현재 700명 수준에서 1500명 이상으로 그 규모가 2배 이상 확대된다.

뿐만 아니라 검찰도 총동원된다. 전국의 소규모 지청까지 포함한 총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만들고, 검사와 수사관 500명 이상을 투입한다. 투입 규모로만 따지면 전국 최대 서울중앙지검이 통째로 투입되는 수준과 맞먹는다.

법무부와 대검은 이날 정 총리의 발표와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과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를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부동산 투기 수사와 관련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각 지검·지청에서는 부동산범죄를 전담하는 형사부 인력을 중심으로 일단 수사팀을 꾸릴 것으로 알려진다.

법조계, “검수완박으로 수사권 없어진 검찰 끌어들여”...전담 수사팀 꾸려도 수사는 못해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발표에 대해 법조계는 싸늘한 반응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미명 하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게 모든 수사권을 맡긴 걸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수사 착수 20여일 만에 '수사권 없는 검찰'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된 마당에 초대형 전담수사팀이 꾸려지더라도 한계가 예정돼 있다는 전망이다.

5억원 이상의 배임 혐의 등이 포착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수사 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유기적 협력체계’에 비해 달라질 것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따라서 ‘검수완박’을 추진하며 검찰의 개입에 부정적인 정부 여당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검찰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전담수사팀이 편성된다고 해서 직접수사가 곧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 제한이 있는데 과연 무슨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로 한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미 완료돼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LH 사태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범죄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범위 내로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전국 43개 검찰청에 500여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이 편성되더라도 검찰은 실제 수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수사보다는 법리 검토와 영장 청구 조력, 범죄수익 환수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차장급 검사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인력만 늘린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배제했던 정부가 아무런 해명없이 백팔십도 딴소리...국민 전체를 ‘건망증 환자’ 취급

전국 검찰청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방안은 광역화한 비리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LH 특검 논의가 벌어질 때 검찰에서는 “특검이 수사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상시 대응할 성격의 사건”이라는 주장이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4일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을 꾸릴 때와 8일 특수본을 구성할 때 검찰을 사실상 배제했다. 초기 합조단엔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 1명만 파견해 법률 지원 역할을 한 게 전부였다. 지난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 때 검찰이 수사를 주도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경험이 부족한 경찰 수사가 성공하기 힘들 것" "하위직 수사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검수완박을 외치던 정부의 입장에 따라, 검찰 배제 기조는 유지됐다. 하지만 4·7 재보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와 정부는 검찰 투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처럼 백팔십도로 표변한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세균 총리는 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은 물론이고 국민 전체를 '건망증 환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 간부, “국수본에 검사 투입해야 검찰의 LH수사 가능해져”

이런 상황에서 ‘손발 잘린 검찰’에게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이다. 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서 LH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고려, 미봉책으로서 검찰이 거론됐다는 반응이다. 한 검찰 간부는 “현재 국가수사본부에 검사를 대거 투입하는 방식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일선 청을 동원한다는 것은 수사 인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만 할 뿐 효율적이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급히 검찰을 소환하다 보니 ‘검경수사권 조정’의 모순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뇌물이 발견될 수 있으니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수사를 하면, 결국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검찰 고위직 인사는 "특수본 경찰 700여명이 한 달 가까이 수사를 했으면 이미 수사가 끝났어야 한다. 1500명이 투입되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한 달간 성과를 못 내고 무얼 하다가 이제 와서 검찰에게 손을 내미는지 답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세균 총리 발언은 전형적인 ‘말장난’...국수본이 송치한 LH사건 이외의 검찰 직접수사는 금지돼

이 같은 자기모순을 정세균 총리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 사건과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 범죄는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주장과는 달리 검찰이 합법적으로 LH수사를 할 방법은 없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후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피의자의 동종 범죄를 발견해도 개시할 수 없는 게 현행 수사 체계다”고 지적했다. 국수본이 검찰로 송치한 내용 이외의 의혹이 생겨도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즉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할 것”이라는 정 총리의 발언은 전형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직접 수사도 공기업 간부와 공무원 4급만 가능하기 때문에 검찰 인력 500명이 아니라 5000명을 투입해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단언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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