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와 달리 문재인 정권은 집권 4년차에 이르기까지 여권의 내부균열에 따른 레임덕 현상이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다. 이른바 ‘친노’ ‘친문세력’의 강력한 응집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 특히 LH 사태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향해 치닫는 양상을 보이자 ‘문재인 손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의 오세훈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내준 이재명 경기지사쪽이 그 진원지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3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이유 중 가장 많은 답변은 부동산 정책(34%)으로 '콘크리트'로 불렸던 지지율 40% 선 붕괴는 물론, 30% 선도 위협받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지역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26%에 그쳐 대구·경북(2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사실상 정권심판 선거가 된 이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지게되면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잘했다고 생각안해‘ 차별화 시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고,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공약발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은 공공주도가 최선은 아니다. 입지·상황에 따라 민간의 활력·효율이 더 필요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신규 개발과 함께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공공이 나서 지원할 곳과 민간이 중심이 될 곳을 잘 나눠 추진해야 한다”면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부동산투기 방지를 위해 줄곧 ‘공공주도’ 공급 원칙을 줄곧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도형 부동산 공급 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주도 공급 대책이 LH 주도인 탓에 일부에서 폐지론이 나오자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서민들을 위한 2·4 공급 대책은 어떠한 경우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런 차별화는 분노한 부동산 민심을 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분야인 부동산 문제에 관한 점이라서 향후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한 이재명, 속내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28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뿌리 깊은 기득권 체제를 송두리째 바꾸는 거침없는 개혁의 길뿐”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김근태 정신으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국민들 마음이 심상치 않다. 개혁 성공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남편인)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께 인사드렸다”며 “‘정직하고 성실한 99%의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김근태 의장의 말씀처럼, 그의 뜻을 기억하며 민주당 정신의 본령을 다시 새긴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값 폭등,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 등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높은 국정 지지율을 보내주셨던 국민들”이라며 “그 수많은 정치적 풍파를 거치면서도 국민의 뜻을 탓한 적 없던 고인처럼,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처럼, 오롯이 스스로 본령과 존재 이유를 증명할 때 국민이 여지없이 마음을 내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4년 전 국민으로부터 적폐 청산과 개혁의 과업을 부여받았던 우리 민주당은 개혁 성공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는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가장 절박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며 “LH 사태는 국민에 법 준수와 고통 분담을 내세워온 공직자들이 뒤로는 반칙을 일삼으며 오히려 국민 고통을 가중시켜왔음을 드러내, 크나큰 배신감을 안겨드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김근태 전 의원을 ’소환‘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근태 전 의원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물론 친노 친문 등 특정 진영에 속하지 않았던 재야출신 정치인이다.

이 지사 본인을 비롯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주요 대권 주자들이 최근까지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 등 친노 친문 세력의 마음을 얻기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던 것과는 한결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으로 치닫고,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되면서 본격적인 레임덕과 ’문재인 손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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