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와 당 구성원을 향해 '막말 금지'를 주문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단 회의에서 오세훈 후보의 여론조사 선전을 언급하며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지지율에 만족하지 말고 (우세 분위기를) 유지할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되고, 언어에도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오세훈 선거운동 돕는 안철수 격하시키면 박영선만 ‘흐뭇’

선거전이 격화되면서 의외의 막말이 불거져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한 현재 판세를 흔들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대해 오차범위 밖의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막말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오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 거듭 독설을 퍼부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평일에 실시되는 보궐선거의 특성상 중도표심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를 격하시키면 오 후보에게는 불리하다. 오 후보를 돕는 안 대표를 키워줘야 오 후보의 승률이 높아진다.

김 위원장처럼 안 대표를 깎아내릴수록 미소짓는 쪽은 박영선 후보 진영이다. 야권의 ‘자중지란’을 즐기면 된다. 때문에 다시 ‘안철수 힘빼기’ 행보에 나선 김 위원장을 두고 ‘민주당의 X맨’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4일 JTBC와 인터뷰한 김종인, “안철수는 대선 걸림돌”, “서울시 공동운영? 난 몰라”

우선 막말 금지령을 내리기 하기 하루 전인 2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를 향해 가시 돋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안 대표를 자극했다.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나선 안 대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다. 오세훈과 안철수 간의 합의사항이었던 ‘서울시 공동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진행자가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 공동 운영에 대해 ‘김 위원장이 반대를 하더라도 그대로 가겠다’ 라고 했는데?”라며 질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건 구체적으로 두 사람이 한 약속이기 때문에, 나는 모른다” 라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야권 단일화 후보가 발표된 23일만 해도 안 대표를 향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의 협조에 감사한다. 약속한 대로 오세훈 후보를 잘 도와달라”는 말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2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종인, “안철수 표 중 3분의 1은 박영선에게 갈 것”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안 대표를 향해 본격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안 대표를 지지하는 22% 정도의 중도 표심 중에서 3분의 2 정도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할 것이고, 3분의 1은 박영선 후보를 지지할 거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가 “본선보다 더 어렵다고 했던 (야권) 단일화에서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 의심을 안 했냐?”고 질문하자 “처음부터 확신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선거판에서 판세를 읽었다고 자랑을 보탰다.

김 위원장은 “당시에는 개인 정견 발표를 할 때인데, 정견 발표장에 가서 보면 누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단일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까지 제기되는 시점에서는 좀 흔들리지 않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날 보고 그만두라는지 모르겠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안철수의 지도자 자질론 언급하며 윤석열 띄우기에 집중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에서 승리한 이유가 뭐라고 분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바탕이 됐고, 그 동안 본인도 많이 반성한 것 같다”면서 “오세훈 후보 자체가 중도 성향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나경원 후보도 이겼고, 이번에 안철수도 이기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아서’라고 단언했다. “안 후보가 작년말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지난 1월 6일에 나를 찾아왔다. 단일 후보로 출마를 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우리 당에 입당해서 경선하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안 후보는 2번을 달고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자기는 못 들어온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입당했으면 아마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윤석열 띄우기’를 하면서 ‘안철수 깎아내리기’에 골몰했다. 진행자가 “안철수 대표를 왜 이렇게 안 좋아하느냐?”고 질문하자 “안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지도자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있다고 확신을 가졌으면 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내가 찬성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안철수가 지도자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없다고 단언한 셈이다.

그러면서 안철수에게는 2011년에 별의 순간이 떴지만, 그 순간을 놓쳐버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안 대표가 밝힌 ‘다음 대선에서의 역할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꿈이야 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폄하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김 위원장 발언은 박영선 도와주는 것” 비판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에서 오세훈 후보의 승리가 김종인 위원장의 승리라고 하지만, 전혀 잘못된 평가이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를 폄하하고 시간을 끄는 것 외엔 한 일이 없다. 심지어 상대당 박영선 후보에 대해서는 일체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고 오로지 안 후보에 대해서면 날선 비난을 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LH사태가 알맞게 터져준 덕분이다”고 분석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서울시장 선거가 급하니 별 말씀 드리지 않겠다. 지금은 야권 승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오세훈 후보의 승리를 위해 안철수 대표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말은 박영선 후보를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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