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7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한 직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법야권 통합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차기 대선를 겨냥한 정계개편과 관련된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 대표는 23일 단일화 여론조사 패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윤 전총장을 비롯한 야권의 인재들과 시민단체들을 모아서 범야권 대통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야권발 정계개편에서 큰 역할을 할 경우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승리에 견인차 역할하면 ‘철수 정치’ 오명 벗을 기회

우선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번 야권 단일화 경선을 전후로 안 대표는 이전보다 훨씬 당당해지고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23일 오전 9시 30분 야권 단일화 발표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그 바로 직전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 내용으로만 보면 안 대표의 승리가 점쳐졌을 정도였다. 비록 야권 단일화 후보로는 낙점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안 대표는 현실 정치인으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오세훈, 안철수 후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진행자는 24일쯤 단일화 결과가 발표되리라는 예상 하에, 두 후보의 심경을 물어보려던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단일화와 정권심판을 원하는 국민들의 폭발적인 열망에 따라, 여론조사는 단 하루만에 끝났고 말았다. 그에 따라 23일 오전 여론조사 결과를 앞둔 상황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공직자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발표되기 전까지 비밀이 유지돼야 했기에, 두 사람도 결과를 모른 채 인터뷰에 임했다. 오세훈 후보는 밤새 거의 잠을 못잤다며 기운없는 목소리였다. 진행자가 “인터뷰한 이래로 제일 힘없는 목소리”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담담하고 또렷하게 결과 발표를 앞둔 심경을 말했다. 평소보다 더 밝고 활기찬 목소리에 진행자가 “(결과에 대해서) 뭘 좀 들었냐?”는 질문을 했을 정도였다. 그에 안 대표는 “고민하고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거나 걱정해서 바꿀 수 있는 것만 걱정한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진행자가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지더라도 무조건 승복하느냐?”고 물었다. 안 대표는 “당연하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시민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야권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안 대표를 향해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안철수 두 사람 공동의 승리이다. 비록 이번 단일화에서 지기는 했지만, 정치의 형태는 얼마든지 다양하다. 안 대표 앞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국민의당 관계자, “내곡동 특혜 비판은 ‘무결점 후보’ 호소...민주당 주장은 이간계”

야권 단일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안 대표를 향해 쏟아진 비난이 있다. 안 대표가 오 후보의 내곡동 특혜 의혹을 걸고 넘어졌다는 비판이다.

안 대표와 오 후보는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22일 당일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오세훈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비판했고, 안 대표는 내곡동 의혹을 제기했다.

안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가지며 "내곡동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실이 더 밝혀지고 당시 일을 증언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박영선과 짬짜미” “안철수, 오세훈을 공격하다니 실망이다” “안철수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낸다”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날에 안철수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공격한 게 마이너스가 됐다. 같은 편을 공격한 것은 비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안 대표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에 국민의당 관계자는 “오 후보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내곡동 관련 짬짜미 주장은 터무니없는 이간계이다. 혹시 모를 후보 낙마를 우려해서 한 것이지, 박영선과 내통이라니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면서 “공격받을 후보보다 무결점 후보를 선택해달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측, “야권 단일화 신경전 끝났다” 강조...오세훈 지원 방안 적극 모색 중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의 신경전은 끝났다. 오세훈 후보는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를 향해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는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장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박하고 처절하게 승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오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회견장에 오기 전 (안 후보에게) 감사와 위로의 전화를 드렸다"며 "안 후보도 함께 끝까지 싸워주겠다고 화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측 실무진 간의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만나 추후 협조 관계에 대해 말씀 나누겠다"고 했다.

안 대표 역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세훈 후보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반드시 승리하셔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야권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이기면 좋겠지만 질 수도 있다. 야권 단일화의 물꼬를 처음 트고, 막힌 곳은 제 모든 것을 버리고 양보하면서 뚫어냈고 단일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고 생각한다. 비록 졌지만, 많은 분들이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셨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연이어 안 대표는 단일화 이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약속했던 서울시 공동운영, 합당에 대해서도 "오세훈 후보의 답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 공동선대위원장 수락 여부에 대해서도 "이미 오세훈 후보와 서로 합의한 바 있다. 오세훈 후보가 요청을 해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가 오 후보의 승리를 위한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선거 패배 후 해외행을 선택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가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