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작년에 비해 30% 이상 급등했다. 치솟는 쌀값에 소비자들은 한숨을 짓고 있지만 정부는 쌀값을 이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해양수산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산지쌀값 추이분석 보고'에 따르면 올해 3월 80kg짜리 쌀 한 가마니는 16만9천원으로 작년 3월 쌀값인 12만8천원에서 4만1천원이 올랐다. 이어 최근 10년간 수확기간중 산지 쌀가격 하락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해는 2017년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농림해양수산부 제공
농림해양수산부 제공

급등한 쌀값 탓에 소비자가 시장에서 구매하는 가격은 19만원대에 근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80kg짜리 쌀 한 가마니의 평균 소매가는 18만7796원이였다. 

농림해양수산부는 보고서를 통해 쌀값의 상승요인을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시장격리(수매해 창고에 보관하는 것)로 민간재고가 부족한 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했다.

쌀 생산량은 최근 3년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전년과 비교하면 5% 가량 감소했다. 2015년 쌀 생산량은 총 4,327톤에서 2016년엔 4,197톤으로 줄어 들었고, 2017년엔 3,971톤으로 전년대비 5% 가량 하락했다. 

또 정부가 2010년이후 최대물량인 쌀 37만톤을 사들이면서 시장에 물량이 대폭 감소, 가격은 폭등시키는데 일조했다. 2016년 정부가 사들인 쌀은 29.9만톤으로 작년에 약 7만톤을 더 수매한 셈이다.

이처럼 원료곡 부족에 따른 유통경색 심화와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확산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농가뿐만 아니라 산지유통업체들 간의 거래도 급격히 감소했다.

쌀값이 상승하면서 정작 그 수혜자인 농가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이미 가을 수확기에 농협이나 유통업자에게 넘겨 가격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는 데다,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농가의 실질소득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쌀 한 가마니를 살 때마다 느껴지는 체감적인 물가 상승도 문제지만, 가뜩이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음식점 등은 쌀값도 올라 한숨을 짓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급등한 쌀값으로 직불금(쌀값 목표가와 차이만큼 농가에 지원) 부담을 줄여 표정이 밝다. 안 그래도 세금이 잘 걷혀 정부 곳간만 두둑한데 직불금 부담까지 줄게 생겼기 때문이다.

2016년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1조4900억원으로 농업보조총액(AMS)을 초과해 우선지급금을 환수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2016년 풍년으로 쌀 가격이 12만원대(80kg)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쌀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에 지원해주는 보조금은 늘어나지만 쌀 가격이 높아지면 정부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쌀 가격이 낮아지면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며 쌀 가격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압박 또한 정부가 쌀 가격을 높게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산지쌀값 추이분석' 보고서에서도 80kg기준 쌀 가격을 17만원 후반대를 예상했듯이, 이날 농식품부 관계 또한 “쌀값이 작년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평년에 비해선 2~3% 높은 수준”이라며 “17만원 이상 수준에서 쌀값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쌀값 상승에 따라 변동직불금 목표가격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농업소득보전법에 따라 목표가격은 5년마다 정해지는데 올해가 새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해기 때문이다. 전농은 쌀의 목표가격을 24만원(80kg)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쌀만 농산물이냐'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정부에 보조금을 요구하는 일이 더욱 잦아 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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