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야권 단일화 후보로 최종 결정됨에 따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향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야권 단일화 컨벤션 효과가 더해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야권의 후보로 누가 돼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오차 범위 밖에서 우세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여야 어느 쪽에게도 쉽지 않은 선거가 되리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전망이다.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승부처로는 크게 3가지 변수가 꼽힌다.

① ‘문재인 정권심판론’이 큰 표심 가른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는 단일화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 만인 22일 오후 8시 반경 마무리됐다. 2개 여론조사 기관이 1600명씩(적합도 800명, 경쟁력 800명) 3200명을 조사하면 최소 이틀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조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여론조사 관계자는 “2일만에 진행하는 것도 버겁지 않을까 우려됐는데, 하루만에 3200통이 완료됐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양 후보 지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으면 바로 조사에 응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야권 단일화와 정권심판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정권심판’에 대한 서울시민의 갈망이 그대로 표출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의의로 꼽힌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정안정론보다 정권심판론에 훨씬 무게가 실렸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한 험난한 대장정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정권심판론’을 몰아붙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 후보 발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야권 단일후보가 정해졌으니 앞서 약속드린 대로 모두가 힘을 합쳐서 잘못된 서울을 바로잡고 나라 잘못을 바로잡는데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제 1야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 오세훈 후보에게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나라에 희망이 사라진 지금, 단비와도 같은 야권 단일화로 서울시민의 정권교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② 평일 실시되는 보궐선거 핵심 변수는 ‘조직 동원력’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세훈 후보에게 18~20% 정도 뒤처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LH 사태의 여파로 국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패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서 “힘든 선거인 줄 알고 나왔는데, 거의 다 이겼다”는 발언 역시 패배 분위기가 팽배한 친문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야권 단일화 국면 등으로 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지자 약해진 여권 지지층의 응집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선거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 내에서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언급하는 의원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당시 투표 전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20%포인트 가까이 지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이 상황에 대해 이해찬 전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진다고 하니까 낙담해 투표를 안 하고, 당은 지원도 안 하고 선거 캠프만 혼자 움직였다”며 “(여론조사에) 속지 말고 포기하지 않으면 역전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 후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0.6%포인트였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열세로 나타난 여론조사에 위축돼 일찌감치 자포자기했던 2010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2016년 총선에서 오세훈 후보와 맞붙은 정세균 총리까지 소환했다. “당시 종로구에서 정 총리는 오세훈 후보에게 17.3% 지는 걸로 예상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으로 나갈 것을 독려했고, 그 결과 승리했다”며 이번에도 지지층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가느냐에 따라 선거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역시 “지금 현재로는 오 후보의 지지율이 훨씬 앞서지만, 관건은 투표 당일에 얼마나 많은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조직 동원력에서 국민의힘이 좀더 우세하다는 점에서 서울시민들이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단일화 후보 발표를 앞둔 23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투표율을 50% 넘기기가 힘들다. 그러면 제대로 조직을 갖춘 정당이 유리한데, 지금 현재 민주당의 조직은 대한민국 정치역사상 서울에서 단일 정당으로 이렇게 튼튼한 그런 조직을 갖고 있는 건 처음이다”면서 “49명 국회의원 중에서 41분이 민주당이고 25개의 구청 중에서 24분의 구청장이 민주당이고 109명의 서울시의원 중에서 101분이 민주당 소속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되든 여권 후보와는)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야권 지지자분들이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주셔야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③ 중도층 표심 좌우할 안철수 변수...적극적 선거운동 여부 주목돼

이번 보궐선거 판세가 박빙이 될수록 ‘안철수 변수’의 위력은 커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끌어올 수 있는 중도 표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안 대표는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단일화 후보 발표를 앞둔 심경을 피력했다. 단일화 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오세훈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거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그건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만 몇 번 만났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에 신뢰도 확인했고, 누가 이기더라도 한쪽이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꼭 단일후보를 승리시키기로 서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안 후보를 향해 “단일 후보가 확정되면 본인도 열심히 시장 선거를 돕겠다고 얘기했으니까 그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안철수 대표의 의지만 남았다. 안 대표가 오 후보의 선대위원장이 되어 오 후보 당선을 적극 돕게 된다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고, 또 오 후보를 지지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안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기반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철수 정치’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에서 패배할 경우, 오 후보를 적극 돕는다고 여러번 말했다. 진심이라고 믿는다. 만약 형식적으로 돕는 시늉만 하게 된다면, 안 대표 본인은 물론 야권 전체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펼쳐질 야권 정계 개편에서 안철수 대표가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전적으로 안철수 본인에게 달려있는 상황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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