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민평당까지 부정적인데 "한국당만 반대" 주장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4일 6·13 지방선거-헌법개정 국민투표 동시 실시와 관련 "개헌 내용에 대한 합의를 떠나"라고 전제하며 "개헌의 진정성이 있다면 국민투표법 개정을 우선 진행하라"고 국회에 직접 요구해 '제왕적 비서실장'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 야권에 "국민투표법 개정에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나서라"고 청와대의 하명(下命)을 복창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한 뒤 "국회가 스스로 헌법적 위반 상황을 해소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겉으로 개헌을 하는 척 하면서 속내는 개헌을 꼭 막겠다는 다른 표현인 '선(先) 개헌협상 후(後) 국민투표법 처리'를 내세우며 국민투표법 개정을 혼자만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막아 국민개헌을 무산시키겠다는 발상이라면 이는 국민참정권을 볼모로 개헌을 가로막겠다는 '무책임한 직무유기'"라고 임종석 비서실장('책무를 다 한다고 볼 수 없다')과 유사한 언급을 남겼다.

그러나 '국민투표법 개정을 한국당만 반대'한다는 주장은 섣부른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앞서 4일 권성주 대변인 논평에서 임 실장의 입장발표에 대해 "쌩뚱맞은 긴급브리핑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국회에 주문하고 나섰다"며 "권력에 취해 낄데 안 낄데 구분 못하는 '제왕적 비서실장'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마저 깨고 있음을 자신만 모르는 듯하다"고 질타했다.

국민투표법 개정에 관해서는 별도의 시한 언급 없이 "(국회) 헌정특위에서 개헌과 정치개혁 전반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만큼 여야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또한 개헌안과 함께 다룰 것"이라며 "굳이 국회에 요청하겠다면 (비서실장이 아닌) 여당이나 정무수석을 통해 협상하면 될 일"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범(汎)여권인 민주평화당도 같은날 최경환 대변인 논평에서 "청와대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 개헌안을 밀어 붙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견을 냈다. 최 대변인은 "국민투표법은 조속히 통과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식으로 청와대의 일방적 압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민주당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만 안고 있지 말고 자체 개헌안을 제시해 5개 정당간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를 '마네킹'에 비유한 데 이어, '우원식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우리도 마네킹 우원식이 아니라 협상대표 우원식을 원한다"며 "말로는 (대통령 개헌안이) 민주당 개헌안이라면서 저작권조차 주장하지 못하는 표절개헌안을 내놓고 무슨 자격과 권한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뒤에서 불러주는 대로, 뒤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집권당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야당 입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청와대에서 더빙하는 대사를 그대로 '립싱크'만 하는 집권당 원내대표와 마주안장 협상을 한다는 현실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꼬았다.

5일 우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협상상대가 안 되는 마네킹' 발언에 "인격조차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탄핵 전 집권세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제1야당에 걸맞은 책임과 품격"을 요구했다. 다만 그는 곧이어 4월 임시국회 개회 지연과 관련 "한국당, 바른미래당 보수야합으로 4월 국회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에 나섰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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