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품 거래 위해 150만 달러 돈세탁”

말레이시아와 외교 관계를 끊은 북한의 김유성 대사대리가 21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을 철수하기 전 정문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외교 관계를 끊은 북한의 김유성 대사대리가 21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을 철수하기 전 정문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던 북한 국적자 문철명(55)이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문철명이 북한에 사치품 공급을 위해 최소 미화 150만 달러를 거래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2년 가까운 법적 절차 끝에 북한 국적의 문철명이 미국으로 송환됐다”며 “이는 북한 국적자가 미국으로 인도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문철명의 혐의와 수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그가 이날 워싱턴DC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고 밝혔다. 문철명은 북한의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역업을 했던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됐으며, 같은 달 미국정부의 요청을 받은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2019년 12월 문철명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송환 요청을 승인했다. 이번 달 대법원이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를 기각해 달라는 문철명의 요구를 기각하면서 실제 송환이 이뤄졌다.

미 법무부는 문철명이 북한에 사치품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해 돈세탁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고 VOA는 전했다.

특히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여러 위장회사들과 가짜 이름으로 등록된 은행계좌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부정하게 접근해 자금을 이체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해 150만 달러(약 17억원)가 넘는 돈세탁에 관여했다.

법무부는 문철명의 이 같은 행위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대상인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며 자금세탁은 북한에 사치품을 조달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기관 등을 위해 벌인 일이라며 만약 금융기관들이 실제 거래가 북한과 이뤄지는 것을 알았다면 해당 거래들은 승인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AP통신 등은 문철명이 전날인 21일 FBI에 의해 워싱턴 DC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외무성도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성명에서 문철명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북한 국적자가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인도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기소장은 문철명이 미국과 유엔이 북한에 부과한 확산 방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을 속이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지적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을 제재 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범위가 넓은 우리의 법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VOA는 전했다.

채닝 필립스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도 “워싱턴DC 연방 검찰청은 미국의 금융체계를 보호하고, 우리 법을 위반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어디에 숨든지 상관없이 좇을 준비가 항상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문철명에 대한 송환을 이유로 지난 19일 말레이시아와 단교를 선언하며, 미국을 향해서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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