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에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가 꼽힌다. 그 외 중요한 변수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과 ‘디지털 화폐로 지급하려는 재난지원금’이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나 대응에서, 박 후보 캠프의 미숙한 대처도 지적을 당하는 실정이다.

박 후보는 지난 17일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를 꺾고 여권의 단일 후보로 낙점됐다. 하지만 컨벤션효과도 LH 악재에는 기를 못 썼다. 4·7 보궐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을 지난 18일 끝냈지만, 박 후보의 시작은 쉽지 않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판세가 한순간에 뒤틀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둘 중 누가 나서더라도 박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그 격차는 2주 전에 비해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가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9∼20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52.3%의 지지율로 박 후보(35.6%)에 16.7%포인트 앞섰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도 50.6%로 박 후보(36.8%)에 13.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6일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7.5%포인트, 오 후보가 3.7%포인트 각각 앞섰다. 2주 사이에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① 이해찬, “LH는 우리가 관리를 잘못한 일이니 위축될 필요 없어”...스스로 ‘면죄부’ 발급하고 ‘적폐청산’ 몰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2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박영선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로 ‘LH 사태’를 꼽았다.

배 소장은 “LH 사태로 박 후보는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후보, 안철수 후보간의 단일화 피로감이 있지만, 현재 판세로는 LH 사태의 여파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박 후보와 여권 지도부가 LH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입장을 굳히는 것이 여론을 악화시킨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후보는 12일 LH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LH 특검’과 ‘3기 신도시 토지소유자 전수조사’ 강수를 던졌다. 박 후보는 민주당에 특검 수사를 건의하면서 “서울시에서 투기라는 두 글자가 다시는 들리지 않도록 제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여당에서도 강경 대책이 쏟아지면서, 박 후보의 메시지는 희석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구원수로 등판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9일 친문 언론인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서 LH 투기 사건을 언급하면서 “(LH 사태는) 우리가 관리를 잘못한 일이지만, 오세훈 후보는 (내곡동 땅 보상 의혹이) 자기가 한 일이니 차원이 다르다. 이것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잡을 수 있는 데는 다 다니려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같은 날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박영선 후보 역시 자신의 지역구였던 구로구 방문에서 택시기사가 “찍어 찍어 무조건. 박영선이 무슨 잘못이야?”라는 말로 응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큰 위로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과 박 후보의 발언을 보면, 도무지 반성의 기미라곤 보이지 않는다.

②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공격이 부메랑으로 돌아와...선관위, “피해자 회견은 선거법 위반 아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선거운동본부에 참가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의 퇴출을 요구했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이에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A씨가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특정 정당을 떨어뜨리기 위한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선관위에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 씨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한 것이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신고와 관련해 “이 행위만으로는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아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서울시선관위는 “이 기자회견은 행위자가 공직상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박 후보와 친문 지지자들은 미숙한 대응을 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17일 박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의 사과는 오히려 성난 여론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박 후보의 무성의한 사과에 정의당마저 박 후보를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두 손 모아 기도할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장에 서서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어떻게 짊어지겠다는 것인지 당 차원에서의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와중에 친문 언론인들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선거공작이라고 앞다투어 비난했다. 김어준은 지난 18일 <뉴스공장>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메시지의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본인(피해자) 이야기와 어제 행위(기자회견)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되는 것”이라며 “그간의 얘기와 어제의 행위, 둘이 섞이면 선거기간 적극적인 정치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그러고 싶으면 그럴 자유는 있다”면서도 “그렇게 하는 순간부터 별개의 정치 행위에 대한 비판은 다른 차원이 되기 때문에 그걸 비판한다고 (해서)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피해자 A씨의 요구에 따라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한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 의원이 박 후보 캠프에서 사퇴를 했다. 이 의원들의 사퇴와 박 후보의 사과를 두고, 극렬 지지층 사이에서는 ‘선거를 위해 박원순을 버렸다’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사과로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③ 1인당 10만원 재난지원금 공약은 ‘선거인 매수’ 혐의로 고발당해...스테이블 코인은 ‘효율성’도 떨어져

박 후보는 19일 `서울시민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꺼냈다. 이에 대해서도 떨어지기만 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매표용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클린선거시민행동’(대표 유승수·변호사) 등 17개 시민단체는 22일 박 후보를 ‘선거인매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박 후보의 이 공약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특정인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을 매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상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금이 아닌 디지털화폐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장 1호 결재로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블록체인 기반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되는 보편적 재난지원 계획에 서명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위로금은 지급 개시 후 6개월 이내에 소멸하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로 발행해 지역의 소상공인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 분야인 블록체인 분야의 투자와 관심을 늘림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서울을 블록체인과 프로토콜 경제의 허브로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는 스테이블 코인의 일종이다. 이 코인으로는 유통분석이 가능해 서울시민들의 소비 성향과 취약 지역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박 후보의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 후보에 비해 공약을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시 자산이나 세금으로 충분한 예치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공약이지만, 서울시민 입장에서 보면 투입 예산 대비 효용성이 낮은 사업이다”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재난지원금 공약마저도 ‘선거인 매수’라는 비판과 함께 효용성 낮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지적을 함께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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