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화력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비판 공세는 적다.

더불어민주당은 4·7 보궐선거 후보 등록 후 첫 주말인 21일에도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민주당 야당후보검증TF는 이날 오후 오 후보 가족이 소유했던 서초구 내곡동 부지 인근을 방문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과 박영선은 오세훈 약점 공격에 화력 집중

그 자리에서 TF 단장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단순한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셀프 개발이고, 셀프 보상을 한 추악한 범죄"라면서 "거짓말을 일삼는 오 후보는 지금이라도 셀프 특혜에 대해 이실직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속한 대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에서 은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19일 공개된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에는 친노 상왕인 이해찬 전 대표까지 등장, 오세훈 후보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이 전 대표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걸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며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오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까지 하는 걸 보니 공직자의 기본이 안 돼 있다”며 “국장에게 전결권이 있었다는 건 행정을 전혀 모르거나, 뻔뻔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찬종 후보가 40%, 조순 후보가 20%대지지율을 유지해 거의 희망이 없었는데 결정적으로 박 후보가 거짓말 때문에 떨어졌다”며 “공직자의 거짓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훨씬 약했다. 이 전 대표는 안 후보를 향해 "한 당에서 진득하게 뭘 하려하지 않고 자꾸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그래선 정치를 못한다"며 "차근차근 신뢰를 받아가며 할 수 있는데 바로 집어먹으려 드는데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고 비난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측도 오 후보 공세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박 후보 캠프가 15일부터 19일까지 쏟아낸 오 후보 비판 논평은 13건이지만, 안 후보 관련 논평은 2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측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 관련 거짓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말 잘하는 박영선, 안철수의 토론능력 과소평가?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는 무엇 때문일까. 박 후보와 맞붙었을 때 오세훈 후보가 더 부담스러운 상대라는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평일에 치러지는 이번 보선 특성상 어느 후보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더 불러 모을 수 있느냐가 승부처로 꼽힌다. 안 후보보다는 국민의힘 소속인 오 후보가 보수층을 결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오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과 달리,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본선 TV토론에서 맞붙었을 경우, 박 후보의 토론 경쟁력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 후보의 토론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안 후보의 토론 실력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맹비난을 한 바 있다. 지난 15일 김 위원장은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다. 토론을 오전, 오후 하루에 2번씩 해도 좋다”며 격양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경선 과정에서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상대한 금태섭 전 의원이나 오세훈 후보는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오 후보는 방송 진행을 위해 따로 훈련까지 받았을 정도로, 말 잘하기로 유명하다.

안철수 측 “관훈토론회 최다 초청자, 번지르르한 말보다 콘텐츠가 강점” 강조

그러나 안 후보의 토론스킬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에 비해 어눌해 보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화법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안 후보의 발언은 투박해 보이고 기술은 없지만, 진정성과 콘텐츠로 승부하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안 후보 역시 "말 잘하는 평론가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최수영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는 현재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관훈토론 최다 초청자이다. 관훈토론에서 가장 진솔하게 콘텐츠 위주의 토론을 하는 사람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하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말의 논리구조와 내뱉은 말을 지키려는 의지이다. 안 후보의 브랜드는 정직, 신뢰이다. 번지르르한 말보다 일관된 논리와 관철시키려는 자세가 지금 이 시대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의 토론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석 솔루션 업체인 제네시스랩에 안 후보의 토론 영상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랩은 현재 LG그룹과 CJ그룹, 서울시 등 50여곳 기업과 공공기관에 AI 역량면접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의당 측은 “오래되고 단편적인 자료들을 반복적으로 인용,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해 안 후보의 토론 실력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자행돼 왔다”며 “안 후보의 토론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AI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AI 솔루션은 주요 대기업 인사총괄 출신과 산업심리학 교수들이 수많은 면접과 대화 영상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딥러닝한 평가 방식을 활용한다.

안철수 토론 능력 AI가 평가해보니.. 자신감과 소통능력, 밝은 표정 등에서 개선된 지표가 확인돼

안 후보의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 영상과 올해 금태섭 후보와의 TV토론회 영상을 비교해 분석했다. 특히 의사소통, 협상, 리더십 등 대인 관계와 관련된 능력을 종합한 소프트스킬 평가에 집중했다. 소프트스킬 평가는 자신감, 논리성, 호감도, 활기참, 밝은 표정, 눈 마주침, 소통 능력, 침착성, 신뢰감 등 9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토론 영상 분석 결과 종합 점수에서 안 후보의 소프트스킬 점수는 2017년 61.1점(100점 만점)에서 올해 63.3점으로 소폭 상승한 지표를 나타냈다. 전체 평균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토론 중 최저점 구간만 놓고 보면 2017년 48.9점에서 2021년 55.8점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복 제네시스랩 대표는 “안 후보의 토론 영상을 AI 솔루션으로 분석한 결과 자신감과 소통능력, 밝은 표정 등에서 개선된 지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자신감 항목에서는 2017년 대비 15~20% 상승한 지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이어 “최저점이 개선돼 최고점과 격차가 줄어든 것은 토론 중 감정 기복이나 흔들림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고, 일관성을 이전보다 더 잘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후보,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후보여야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며 “말만 잘하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실제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서울시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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