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인천 학교구성원 인권조례안’ 통과 눈앞에
전문가 “법적 근거 없는 ‘인권보호관’ 제도로 지자체가 공권력을 사용해 부모의 양육권, 교권 중대하게 침해”
“종립학교 내 종교교육 및 전도, 부모의 ‘교회가라’ 모두 ‘인권침해’로 신고 가능”
교활한 꼼수로 동성애 등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젠더정체성)이 ‘차별금지’에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매우 위험

학부모 단체가 인천시 의회 앞에서 조례안의 통과를 막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가 인천시 의회 앞에서 조례안의 통과를 막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이 학생들에게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부모와 교사를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하는 ‘인천 학교구성원 인권조례안’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조례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교육감 또는 교장에게 부모와 교사를 ‘고발’할 수 있게 된다. 학생의 고발이 들어오면 ‘인권보호관’은 학교와 관계기관(가정 등)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직접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당사자들에게 권고조치를 내린다. 교육자도 경찰도 아닌 정체불명의 ‘인권보호관’이 ‘인권’을 앞세워 학교와 가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감시통제 전체주의 사회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인천시 교육위원회는 지난 12일 ‘인천 학교구성원 인권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시 교육위원회는 오는 23일 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해당 조례안이 부모의 양육권과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배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학교구성원 인권조례안’ 제28조 제1항은 “학교구성원이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에 교육감 및 학교의 장에게 권리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구성원’이란 학생과 교직원, 보호자(친권자, 후견인 그밖에 학생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사람)를 말한다. 이에 대해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 연구소’ 전윤성 연구실장(미국 변호사)은 “학생이 선생님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모를 ‘인권침해’로 신고할 수 있고 인권보호관은 부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지방자치단체가 공권력을 사용해 자녀의 양육을 방해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기본권으로서의 부모의 양육권을 침해하는 위헌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를 훈육하고 교육하는 일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인권침해’라며 신고를 할 수 있고, 인권보호관이 부모의 양육권을 강제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전 연구실장은 “이 조례안에는 교사의 권리 즉 교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며 현재도 심각한 상태인 교권 침해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고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교원치유지원센터에서 상담한 인천 지역의 교권 침해 사례는 2017년 340건, 2018년 584건, 2019년 1177건으로 대폭 증가한 바 있다.

조례안의 또 다른 문제는 정체불명의 ‘인권보호관’ 제도다. 조례안 제27조는 교육감이 ‘인권에 관한 학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며, 인권보호관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와 권리구제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도록 했다. 인권보호관은 인권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당사자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질의, 방문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학교구성원은 인권보호관의 자료제출 요청과 방문요청에 협조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권보호관은 인권 정책 등을 연구·개발하고 인권제도를 개선하며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한다. 이처럼 폭넓은 권한이 주어진 ‘인권보호관’에 대해 객관적이고 까다로운 자격 조건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조례안은 ‘인권에 관한 학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조건만 그저 형식적으로 내걸고 있다. 또한 교육감이 직접 인권보호관을 선발·임명하도록 해 교육감과 정치사상적으로 통하는 인물이 ‘보호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윤성 연구실장은 ‘인권보호관’ 제도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시민의 사생활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 실장은 “조사 권한이 있는 인권보호관은 준사법기관에 해당하는데 조례로 이러한 준사법기관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라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해당 조례안은 지방자치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조사 권한이 있는 인권보호관 제도가 시행되면 시민의 사생활의 자유 등이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례안 제7조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서 ‘교육감, 학교의 장 및 학교구성원은 서로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우려도 크다. 종립학교 내 종교교육 및 전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교회 가라’는 부모의 권유를 ‘인권침해’라며 자녀가 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조례안에 “부모의 양육권과 지도 교육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례안에 따라 종립학교(미션스쿨)의 종교교육과 채플 수업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돼 금지될 수 있으며, 학교에서 전도가 금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연구실장은 “이 조례안에는 종교교육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나 종교에 대한 예외 조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인천 학교구성원 인권조례안’은 동성애와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교활한 꼼수를 통해 동성애 등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젠더정체성)이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해당 조례안은 제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학교구성원은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조, 「교육기본법」 제4조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조는 동성애를 포함한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젠더정체성)이 포함되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자의적 해석에 따라 ‘등’에 동성애와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인천시교육청의 학교구성원 인권조례안 제5조 제1항은 해석에 따라 동성애와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조례안이 제정되면 동성애의 유해성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을 하면 ‘인권침해’로 교사가 조사를 받게 되고, ‘인권교육’을 통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정상’이라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교육청에 해당 조례안에 ‘단,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인천시교육청은 이를 묵살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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