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실무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두 후보가 지난 19일 상대방 제안을 전격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오세훈 후보 실무 협상팀이 신속한 협상 재개에 미온적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장 실무협상 요청, 국민의힘 정양석 총장, “피곤해서 퇴근한다”며 거절

앞서 19일 저녁 8시경 안 후보와 오 후보는 배석자 없이 30분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회동에서 두 사람은 ‘24일 이전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고 실무협상팀을 조속히 가동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태규 총장을 비롯한 국민의당 실무 협상팀은 국민의힘 정양석 총장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정 총장은 “너무 늦고 피곤해서 퇴근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적어도 20일 오전에는 양팀이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안철수 후보, “23일까지는 단일후보 발표하자” 촉구

안철수 후보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글을 인용하며 "늦어도 23일에는 단일 후보를 발표하자"고 촉구했다

안철수 후보는 20일 야권 단일화를 지연시키는 국민의힘을 향해 “늦어도 23일에는 단일 후보를 발표하자”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형오 의장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론 조사를 위한 실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라며 “저희 측은 어제부터 실무협상 재개를 요청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며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안 후보는 “20일 오후에는 반드시 협상단이 만나서 실무를 마무리짓자”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요일(21일)부터는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여론)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납득하시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두 후보 총론 합의했으니 이제 속도경쟁으로 마무리” 압박

앞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야권 단일후보 23일 화요일에는 발표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 전 의장은 “두 사람의 양보 선언으로 원론 총론에 이어 각론까지 확정됐으므로 지엽적인 세부 사항만 합의하면 된다. 그런데 5분이면 합의할 사항을 밤을 새워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수계산인가. 실무자들의 오기인가”라며 “나도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야권 단일후보 23일 화요일에는 발표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야권의 원로이다. 김 전 의장은 “승리냐 패배냐, 상생이냐 공멸이냐는 두 사람의 마지막 태도에 달렸다”며 “더 이상의 수 싸움이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가 ‘양보 경쟁’을 통해 단일화의 불씨를 살렸듯이 이제는 ‘속도 경쟁’으로 단일화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후보, “협상 종료시까지 협상에 대해 침묵하자”

한편 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를 향해 뜻밖에 제안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 후보는 “안철수 후보님께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더 이상 협상테이블 밖에서 협상에 대한 공방을 하지말자”는 제안을 했다.

오세훈 후보는 “협상 종료시까지 협상에 대해 침묵하자”며 양 후보 간 합의 정신을 내팽개쳤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는 것과 협상 종료시까지는 협상에 대해 침묵하는 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일 안 후보와 오 후보는 심야 맥주 회동에서 실무 협상팀 합의를 이끌어내며 “만약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합의가 잘 안 되면 당에 맡길 게 아니라 후보들이 나서서 풀자, 이런 이야기들이 서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때의 합의 정신은 사라지고, 이제는 침묵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 후보의 페이스북 내용에 대해 오 후보측 이창근 공보단장은 “어제 오 후보와 안 후보 간 회동에서 협상팀끼리 만나서 정리하는 걸로 정리됐다”면서 “오 후보가 협상에 미온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협상 실무팀은 ‘빨리 만나자’는 국민의당 협상 실무팀의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협상 실무팀 재개가 늦어지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오후 4시 경에야 협상이 재개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뜻에 휘둘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 3자 대결서 오세훈 승리 확신?

김종인 위원장은 그동안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특히 지난 15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화 없이 3자 대결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뤄지더라도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조사 흐름이 형성된 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이 패배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누가 그러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돼 있다”며 “단일화라는 단순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일을 꼬이게 하고 여권에 빌미를 제공해 실망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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