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박범계 장관 지적 겸허히 수용...고검장들 참석케 하겠다"
부장회의 참석하는 고검장 6명, 지난해 12월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때 반기
親정부 성향 검사들로 구성된 대검 부장단 검사들에 대응..."사실상 朴 장관에 반기"
"법무부와 정면 충돌 피해하면서도 부장회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묘안"이라는 평가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한명숙 전(前) 총리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9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일선 고등검찰청 검사장들도 모였는데, 앞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에 반대 성명을 낸 이들이어서 조남관 직무대행이 사실상 박 장관에게 반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연합뉴스)

앞서 박범계 장관은 검찰을 상대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대검에 지시했다. 이 사건은 이미 ‘혐의없음’으로 종료된 건이지만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 이유다.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이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실형을 받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검사들이 해당 사건의 핵심 증인들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앞서 대검은 지난 5일 한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혐의자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료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하기에 앞서 조남관 직무대행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다만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검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들을 참여시키겠다는 조 대행의 뜻은 친(親)정권 성향 검사장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현(現) 대검 부장단만으로는 심의의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조 대행이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하는 조상철 서울고등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모두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을 때 성명문을 내고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가 부당하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는 이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검 부장단에 속한 이종근 형사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등은 모두 친(親)정권 성향 검사들로 분류된다.

대검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은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총장·대검 차장검사·대검 부장으로 구성한다”고 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대검 부장 일부만 참석하게 하거나, 고검장·지검장 등을 참석하게 해 회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들을 참석케 한 것은 시비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함으로써 법무부와의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도 대검 부장회의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묘안(妙案)”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날 열린 대검 부장회의 결과는 이날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범계 장관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나선 데 대해 인터넷상에서는 비판과 조롱이 쏟아졌다.

어느 누리꾼(네티즌)은 “법무법인 법무부가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임했다”며 “박범계 장관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관(現官) 변호사’” 등의 표현으로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꼬집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법 절차를 무시한 황당한 지휘”라며 “대검 부장회의를 생중계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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