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우리미술대회 초등부 고학년 대상 수상작.(우리은행 홈페이지 다운로드)

 

우리은행(행장 손태승)이 제작한 2018년도 고객 배포용 탁상달력에 좌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그림들이 실려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문제는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은행의 달력이 민주노총 달력 같다'는 글과 함께 두 장의 그림을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김 의원이 공개한 그림은 모두 우리은행이 1995년부터 22년째 개최하고 있는 '우리미술대회'의 올해 수상작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림들은 모두 초등학생의 작품이다.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를 양손에 든 통일나무를 그린 그림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참가한 고학년부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를 묘사한 그림은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참가한 저학년부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반발과 항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오늘 우리은행 난리가 났네요. 나도 항의하러 갔는데 어떤 분이 달력 던지고 찢고 소리지르고 다시는 거래 않겠다고 나가버리더라 직원들 얼굴이 달아올라…", "우리은행 고객여러분 이래도 되겠습니까? 당장 거래은행 바꿉시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또 미국에 있는 우리은행의 한 지점에서는 고객이 달력 수거를 정식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런 그림들을 은행 달력이라고 제작한 우리은행은 제 정신인가"라는 비판도 잇달았다.

파문이 커지자 우리은행은 “우리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은 그림들을 골라 달력 제작에 활용한 것은 맞지만 ”수상작을 심사하는 과정에는 우리은행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우리은행은 “우리미술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행사고 우리는 지원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작품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을 우리은행이 선발하지 않았다”고 문제가 된 그림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홈페이지에는 ‘우리미술대회’를 대표적인 문화예술 분야 사회공헌 사업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우리은행이 주최하는 행사로 설명하고 있다.

수상작 선정에는 4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으며 심사위원장은 신하순 서울대 미대 교수가 맡았다. 우리은행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신하순 교수의 심사평을 버젓이 게재하고도 ‘심사위원 4명의 이름을 알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심사위원은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신하순 교수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학내 교수들의 반(反)정부 집단행동에 적극 참여한 전력이 있다. 신 교수는 2016년 11월23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교수들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11월7일에는 ‘헌정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은 헌정 파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8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신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을 문제 삼는 교수들의 집단 반발 행보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는 2008년 1월31일 '한반도 대운하-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반도 대운하는 지금도 좌파 진영에서 '녹조 발생의 근원'으로 규정하려 공세를 펴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초기 구상이다.

이준구 사회대 경제학부, 김상종 자연대 생명과학부, 김정욱 환경대학원, 송영배 인문대 철학과, 김종욱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를 공동대표단으로 둔 이 교수모임은 세를 불려, 같은해 3월10일 "혹세무민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 백지화를 요구한다"는 주제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들은 오로지 진리와 과학의 잣대로 이 (대운하)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밝힌 이 성명에도 미대 교수인 신 교수가 동참했다. 

 

제22회 우리미술대회 초등부 저학년 금상 수상작.(우리은행 홈페이지 다운로드)

 

우리은행 좌편향 달력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문이 더 확산되면 우리은행의 이미지와 영업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이 왜 문제의 그림을 달력에 넣었는지, 특정한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는 신 교수에게 심사위원장을 맡긴 이유는 무엇인지를 정확히 소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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