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한국 교민들, 태극기 게양하고 발생 가능한 피해 예방에 총력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반(反)정부 시위가 반중(反中) 시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성난 미얀마 시민들은 자국에 소재한 중국계 기업들이 운영 중인 공장에 불을 놓는 등 반중 감정을 분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지 한국 교민들과 기업들은 태극기를 내걸고 중국과 관계 없음을 나타내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14일 오전 미얀마 남부에 위치한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라이다야 산업단지에 미얀마 시민 수십 명이 원동기(모터사이클)를 타고 나타났다. 손에 철봉과 도끼 등을 들고 휘발유를 지참한 이들은 중국계 회사들을 찾아 이들 회사의 창고와 기숙사에 불을 지르고 차량과 공장 기물도 부쉈다. 중국 인민일보는 “14일 저녁까지 미얀마 시민들의 계속된 방화와 폭행으로 중국이 투자한 기업 32곳에서 2억4000만위안(한화 약 42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고 중국인 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밤 2000여명의 시위대가 공장지대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미얀마 군경에 의해 차단당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은 미얀마 시민들의 폭력 사태가 반중 세력 내지는 홍콩 분리주의자 등의 영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주(駐)미얀마 중국대사관은 공식 웹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 분자에 대한 강력 대응을 미얀마 당국에 요청했다”며 “미얀마 민중은 선동되거나 이용당함으로써 중국과의 우호 협력을 깨뜨리지 말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1일 군부 쿠데타(coup d’état)가 발생한 이래 미얀마 시민들은 한달 가까이 반정부·반쿠데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반감 표출 대상이 군부를 넘어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시위대 사이에서 퍼져 있는 강한 ‘반중 정서’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군부 쿠데타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일어난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진행 중이다. 미얀마 군부가 인터넷망을 차단하고 나서자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차단 기술을 알려줬다” “지난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王毅·67) 중국 외교부장에게 군부가 쿠데타를 사전에 알렸다” 등의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미얀마 반정부 시위대는 중국이 ‘내정(內政)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며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제재 결의에 반대 입장을 냈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이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미얀마 군경에 의한 민간인 총격이 이어지며 매일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에 이르자 미얀마 반(反)쿠데타 세력 중 하나인 ‘미얀마 네트워크’의 창립자 초 윈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미얀마) 파시스트 군부에 경고한다”며 “(미얀마 사람) 한 명을 죽이면 중국 공장 한 곳이 잿더미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사태에 이르자 미얀마 현지 한국 교민과 기업들은 태극기를 게양하고 나섰다. 중국과 관련이 없음을 어필함으로써 피해 발생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다. 중화민국(대만) 외교부는 미얀마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에 대해 공장 외부에 미얀마어로 ‘중화민국 기업’임을 명시하고 자국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를 게양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