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폭로된 후, 이 폭로의 배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거세다. LH 투기 의혹을 처음 터뜨린 민변의 서성민 변호사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의 관계 때문에, ‘이재명 지사 발 폭로’라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이다.

민변과 함께 LH 투기 폭로의 핵심인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 역시 이재명 지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 또 다른 근거이다.

이재명 탈당 압박해온 친문 핵심, ‘음모론’ 유포해 ‘이재명 죽이기’?

최근 이 지사는 “절대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역으로 여권 내 친문 핵심 세력이 이 지사에게 탈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해프닝이다.

당시 기본소득을 두고 이 지사와 논쟁을 벌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탈당 압력’의 주체라는 소문도 정치권 안팎에서 돌았다.

따라서 LH사태 폭로에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은 이 지사측과 친문 핵심 세력 간의 치열한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부산물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즉 친문핵심이 이 지사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음모론을 흘렸다는 것이다.

음모론의 진위여부와 무관하게 이재명과 친문핵심 간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LH 투기 의혹 주인공인 서성민, 김남근 변호사는 모든 친 이재명 인사...이재명 ‘최대 이간작전’ 반박

이재명 지사는 이 음모론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했다. ‘최대 이간작전’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친문 지지층이 많이 활동하는 당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이 지사 측이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기획 폭로를 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투기 의혹을 제기한 두 단체의 핵심 변호사들이 친 이재명 성향이라는 내용이다.

민변의 서성민 변호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가짜뉴스 대책단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인 김남근 변호사도 이재명지키기 범국민대책위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번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신도시가 모두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사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점도 ‘이재명 지사 발 폭로’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4.7 보궐선거 앞두고 이재명을 압박하는 친문핵심 세력을 타격?

또한 LH 투기 의혹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는 시점에 맞춰 제기되었다는 점도 논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 주택’이 여당과 정부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을 흔들기 위해서 LH 사태를 폭로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과 함께 당내 판세가 불리해질 것을 염려한 이 지시가 판을 헝크러뜨린 후,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새로 짜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주류를 정확히 타격하려는 의도로 LH 사태를 터뜨렸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음모론은 ‘이 지사 측이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해야 자신의 대권행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LH 사태를 터뜨렸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음모론에 따르면, 이 지사 측과 친문 간에 본격적인 권력투쟁이 시작되었으며,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폭로될 내용이 더 준비되고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낙연과의 ‘불화설’도 유포...이재명, “이간계에 넘어가면 망한다”

거기에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불화설까지 버무려져 이 음모론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 전 대표와의 불화설은 이 전 대표의 퇴임일인 지난 9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날 이 지사는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이 전 대표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이 지사의 좌석 배정을 놓고 고성까지 오가며 험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보도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상최대의 이긴작전 시작된 듯'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갑자기 민주당 내 갈등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낭설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재명 탈당에 의한 4자 구도가 펼쳐지면 필승이라는 허망한 뇌피셜(근거 없는 자기만의 생각)도 시작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역사를 보면 멀쩡한 나라가 이간계에 넘어가 망한 경우가 많다. 36계 중 이간계가 비용이 적으면서 효과가 높아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이용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연이어 "사적 욕망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진짜 민주당원은 원팀 정신을 잃지 않는다"며 "허위사실로 동지를 음해하고, 욕설과 비방으로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자들은 이간질을 위해 환복침투(옷을 갈아입고 스며든) 간자일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와 친문 사이의 전쟁에서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쪽에서 이런 음모론을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명계로 알려진 한 의원은 "이 지사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 새로운 당내 권력 투쟁이 시작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반감이 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LH 투기 의혹 촉발시킨 서성민 변호사, “제보자가 누군지도 몰라”

한편 LH 사태를 처음 터뜨린 민변의 서성민 변호사는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 LH사태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민변에서 민생경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이재명 지사 발 LH 사태 폭로’의 핵심 인물이다.

서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3기 신도시가 발표된 바로 그날 오후에 제보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평소에 그쪽에 LH 직원들이 땅을 산 걸로 알고 있는데 신도시가 발표돼서 굉장히 놀랐다 이거 문제 아니냐' 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서 변호사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등, 배경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제가 민변에서 활동하는 것을 알고 전화를 한 건지, 아니면 제가 시흥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있어서 검색을 해서 전화를 한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제보자가 알려준 한 필지에 대해서 등기부 등본을 뗀 다음, LH 홈페이지에서 직원 조회를 해서 대조하는 작업부터 했다고 한다. 문제는 ‘동명이인의 가능성’이었다. 그래서 3기 신도시가 처음 거론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검색을 하게 되었고, 추가적인 필지를 확인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제보자가 이게 문제니까, 이걸 어떻게 해달라, 뭐 이런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를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실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CBS 라디오에 출연한 서 변호사의 발언대로라면, 서 변호사는 제보자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 발 LH 사태 폭로’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서 변호사가 이재명 지사를 위해 일부러 LH 사태를 폭로한 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양준서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