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의 말 뿐인 '공정'...공공기관 내부정보 이용한 투기는 방치하나
부동산 외에도 '인국공사태' 등 그동안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 이어져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했던 자의 자녀들에게 특혜주는 법안까지 통과된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LH공사직원들의 투기사태로 ‘공정’이 화두로 재소환되고 있다. 이미 문재인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2019년 9월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그만큼 청년들에게 공정이 중요한 가치임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LH공사직원들의 투기사태가 터지자 다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과 관련,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10일 LH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공정해야 할 게임룰이 조작된 것"이며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이므로 엄정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하며 "특권과 반칙 없이 공정한 룰이 지켜질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공정한 룰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기회와 여건이 고르게 주어진 뒤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평하게 결과를 향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땀흘려 노력한 만큼 결과를 향유함을 의미한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평하게’라는 데서 과정의 공정성을 의미한다. 시장경제도 각자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는 시장에서 주어지는 원리다. 이로 인해 결과의 평등을 강조하는 좌파에서는 공정을 능력주의로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능력마저도 비판하면 경제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구 공산국가의 몰락이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공정한 룰이 훼손되었다는 것은 기회와 여건도 고르게 주어지지 않았고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LH공사직원들의 투기사태는 평생 땀흘려 노력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만만치 않은 여건에서 공공기관 내부정보를 이용하는 반칙으로 단기간에 부동산 부자가 되는 불공정에 대해 청년들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조사에서는 한국사회에서는 정치 경제에서 공정이 단연 중요한 핵심가치로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정이 차지하고 있는 핵심가치 비중이 정치에서는 2019년 28.3%에서 2020년에는 51%로 크게 상승해 정의 안전 인권 등을 제치고 과반수를 넘고 있다. 경제에서도 핵심가치 중 공정의 비중이 2019년 10.3%에서 2020년 32%로 증가했다. 특히 경제에서는 성장이 2019년에는 36.3%로 가장 중요한 가치였으나 2020년에는 21.2%로 줄어든 반면 2019년 10.3%였던 공정이 32%로 크게 증가해 성장 안정 기회 환경 등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부상했다. 2020년 성장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악화되었는데도 성장보다 공정이 더욱 중요한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그 만큼 과정의 공정이 훼손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잘 못된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집값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20% 이상 대출도 금지하고 분양 후 2~5년간 거주의무도 부과해 전세를 안고 살 수도 없게 해서 사실상 청년들의 주거사다리가 붕괴되었다. 설상가상 문재인정부의 잘 못된 임대차3법으로 인해 전월세도 급등해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전월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 가운데 공공기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로 단순간에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공공기관직원들 공무원들 정치인들의 공정을 크게 훼손하는 행태는 분노를 사고도 남을 만하다. 부동산 만큼은 잡겠다고 공언하던 문정부가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를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는 문정부의 부패와 위선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간  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가 드러난 것만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시리즈로 가득차고도 넘치기 때문이다.

부동산만이 아니다. 취업부문에서도 만만치 않다. 문정부는 취임 초부터 ‘인국공사태’로 불리는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로 취업의 불공정을 심화시켜 취업전선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를 초래했다.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총 19만95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정책 목표치인 20만 4935명의 97.3%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자 지난해 436개 공공기관에서 신규 채용한 청년(만 15~34세)이 2만 2798명에 머물러 2019년에 비해 20%나 크게 감소했다. 취준생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특히 공공기관 임직원이나 노조간부들의 친인척들이 알바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례들이 보도되면서 몇 년 씩 취업공부를 해온 취준생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여당은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했던 인사들의 가족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도 발의하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광주민주화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 또는 유가족에게 교육·취업·의료·금융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입학정원에서 일정 비율로 민주화유공자 가족을 선발해야 하고 유공자 당사자나 가족이 중고교·대학 등에 진학할 때 수업료를 전액 지원해야 한다. 또 이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 취업을 원할 경우에도 최대 10%의 가산점을 주도록 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국가가 예우하고 보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특혜가 입학·취업 등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일부 대학에서는 수십명 씩 유공자자녀들의 특혜입학 사례들이 보도되면서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조국 전 장관 딸의 품앗이 스팩과 허위인턴 증명서에 힘입은 대학입학과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군복무 중 장기간의 황제휴가와 금수저 병력관리 특혜는 한 차례 한국사회를 강태하며 공정 논란에 불을 붙인 바 있다. 그 밖에도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병역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대도 문대통령은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 "기득권은 부와 명예를 대물림하고 정경유착은 반칙과 특권을 당연하게 여겼다. 독재권력은 이념과 지역으로 국민의 마음을 가르며 구조적인 불공정을 만들었다"면서 불공정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문정부는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불공정도 있었다"고 말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문정부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이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문제로 평가절하했다. 내로남불 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날 문대통령은 37번이나 공정을 외쳤지만 공허한 ‘유체이찰’쇼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가붕개’란 말도 화제다. 가붕개’란 개천에서 사는 가재 붕어 개구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두가 용이 될 순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선언에서 비롯됐다. 맞는 측면도 있을 수 있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자녀를 위해 ‘스펙 품앗이’도 하는 등 결코 가붕개로  행복하게 살고자 하지 않고 있는 등 말 행동이 다른데서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우리는 용으로 살 테니 너희는 그냥 개천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의미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땀흘려 공부하고 일하면 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공정한 사회일 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개인과 사회 모두가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복거일 자유우파 평론가는 공기업의 신뢰의무를 저버린 채 자기들만 아는 내부정보로 타인의 이익 훔친 LH직원들에게 분노가 향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도덕을 허물어뜨린 더 큰 불의를 응징할 수 있도록 분노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거대한 불의를 잇달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집권층으로 향하자,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의 힘을 빼는 등 근본 규범을 마구 허물어 우리 사회의 도덕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민중주의적 정책들은 시민의 가장 저열한 본능을 자극해 도덕심을 해치고 있으므로 그런 더 큰 불의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5년 고려대 교수 시절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출간한 적이 있다. 요지는 왜곡된 통계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이고, 그렇게 된 원인은 대기업이 이익을 너무 많이 갖고 가기 때문이므로 그러한 현상에 대해 분노하고 혁명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문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다. 이제 거꾸로 수구 기득권이 된 586 집권세력들의 내로남불 공정에 분노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오정근(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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