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이길 수만 있다면 尹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떠냐?"
"탄핵 밀어붙인 박지원이 '험난한 고개 넘을 때는 악마의 손을 잡고도 넘는다' 해"
"탄핵 이후 사분오열된 보수는 근친증오의 결정판...이런 토양에선 지도자 못만들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사실상 마지막 정무수석이었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 문재인 정권을 끝장낼 수 있다면 윤 전 총장의 힘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윤석열과 악마의 손'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전화로 목청을 높이는 그들에게 나는 '죽은 자식 고추 쓰다듬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윤석열이라도 안고 가서 이 정권을 끝내야지요'라고 말한다"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11월경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한창일 무렵, 탄핵을 주도하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때는 악마의 손을 잡고도 넘는다'며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탄핵찬성 의원들과 연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킬 것을 천명했다"며 "탄핵과 적폐몰이의 중심에 있었던 그런 윤 전 총장이 자신을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으로 승진시켜 준 문재인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지목하고 스스로는 국민의 보호자를 자청하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되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아직도 '사기탄핵'을 외치는 태극기 아저씨들부터 '박근혜는 감옥에 가도 싸지만 윤석열은 안된다'는 열혈 청년까지 수백, 수천의 전화와 메시지가 몰려온다"며 "'너도 배신자'라는 격앙된 분들이나, 반쯤 수긍하며 아쉬워하는 분들이나 '박지원은 탄핵을 통과시키려고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길 수만 있다면 윤석열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떻습니까?'라고 정치 9단 박지원 얘기를 하면 대강 수긍하며 전화를 끝낸다"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탄핵 이후 적폐세력으로 몰린 보수진영은 사분오열되며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다. 근친증오의 결정판이었다. 그렇게 오염된 토양에서 보수의 지도자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며 "윤석열이 악마로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 악마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쳐낼 희망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하 전문.

< 윤석열과 악마의 손 >

2016년 11월경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한창일 무렵, 탄핵을 주도하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때는 악마의 손을 잡고도 넘는다”며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탄핵찬성 의원들과 연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킬 것을 천명했다.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을 ‘부역자 집단’으로 표현하면서 “새누리당의 탄핵찬성 의원들은 고해성사의 당사자이지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박지원 위원장과 새누리당 탄핵찬성 의원들이 연대한 결과 탄핵은 가결되었다.

그로부터 지옥문이 활짝 열렸다. 권력을 넘겨준 여당은 적폐세력으로 몰려 일패도지 했고,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 수백 명은 적폐몰이 수사로 줄줄이 감옥으로 가거나 아예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 탄핵 전에 4개월 남짓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지낸 나도 여러 곳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내 가족까지도 정신적 파탄에 내몰렸다.

탄핵과 적폐몰이의 중심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본인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법적 토대는 당시 박영수 특검의 공소장이었고, 특검의 중심인물은 윤석열이었다. 이어진 적폐몰이 수사의 핵심이 윤석열과 한동훈이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윤석열이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그것도 적폐몰이 수사의 공을 높이 평가해 자신을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으로 승진시켜 준 문재인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지목하고 스스로는 국민의 보호자를 자청하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되었다.
  
사실 뜨악해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아직도 ‘사기탄핵’을 외치는 태극기 아저씨들부터 ‘박근혜는 감옥에 가도 싸지만 윤석열은 안된다.’는 열혈 청년까지 수백, 수천의 전화와 메시지가 몰려온다. 아예 모르는 번호는 응대하지 않지만 하루에 수십통은 전화를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불법구금 했다’거나 ‘형집행정지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감정 섞인 내용부터, ‘윤석열은 조국, 추미애와 싸운 것 외에는 우파가 인정할 공이 없고, 그 싸움은 공의(公義)를 위한 것이 아니라 출세를 위한 싸움이었을 뿐’이라거나 ‘윤석열은 정대철, 김한길, 양정철의 조종을 받는 트로이 목마일 뿐’이라는 정체성 논란까지 그들의 주장은 다양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나에게 힘주어 말한다. ‘보수우파가 아무리 급해도 피아는 분별해야 한다.’ 

탄핵 이후 적폐세력으로 몰린 보수진영은 사분오열되며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다. 근친증오의 결정판이었다. 그렇게 오염된 토양에서 보수의 지도자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나는 깨끗하다 해도 적폐세력의 공범이거나 배신자일 뿐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에 야당복이 차고 넘친다고 해 왔고, 적폐몰이 수사의 주역 윤석열이 등장한 것 아니겠는가. 

전화로 목청을 높이는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죽은 자식 고추 쓰다듬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윤석열이라도 안고 가서 이 정권을 끝내야지요.” 

‘너도 배신자’라는 격앙된 분들이나, 반쯤 수긍하며 아쉬워하는 하는 분들이나 정치 9단 박지원을 얘기를 하면 대강 수긍하며 전화를 끝낸다.

“박지원은 탄핵을 통과시키려고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길 수만 있다면 윤석열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떻습니까?”

윤석열이 악마로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 악마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쳐낼 희망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정치인의 몫이다. 그러나 결과는 국민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윤석열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의 선택이 대한민국에 보탬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