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지난 9일 범여권의 단일화 후보 방식에 합의했으나 결과는 정해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견은 없다.

박영선 후보와 김진애 후보는 TV에서 1번, 유튜브에서 1번해서 총 2번의 토론을 한다. 이후 16∼17일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 후보 등록 첫날인 18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의 야권후보 단일화와는 달리 국민적 관심을 끌기도 어렵다. ‘뻔한 승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애 후보가 ‘금뱃지’를 버리고 서울시장 보권선거 판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상식적으로는 얼핏 그 의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김 후보 개인의 정치적 의지와 당내 역학 구도 그리고 합당계산법 등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① 박영선 후보가 패배할 경우 차기 후보 굳히려는 포석?

김 후보는 2011년에도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했는데, 박원순 후보가 출마하면서 본인의 의지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시공학 전문가로서 김 후보의 판단은 '범야권 후보가 된다'라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보선을 통해 선출되는 서울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잔여임기 1년만 채우게 된다. 2022년 6월 전국지방선거에서 다시 서울시장을 선출하게 되는데, 마땅한 여권 후보가 없다는 것이 김 후보의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박 후보가 이번에 패한다고 가정하면, 내년에 또 후보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따라서 김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에 인정을 받고 인지도를 높이면 ‘내년에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는 본인이 최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열린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는 이번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박영선 후보와의 토론회도 5차례나 하자고 제안했다. 의원직까지 던져가며 차기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② 당내 역학 구도상, 김의겸에게 의원직 물려줘야 했다

김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는 표면적 이유를 들었다. 그 이면에는 향후 더불어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협상,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승계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의 '사퇴 결단' 배경에는 당내 김의겸 전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후보 사직서가 처리되면,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4번이었던 김 전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변인은 당시 당선 예상권인 4번으로 배정됐으나, 열린민주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서 비례대표 3석만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그 이후 김 전 대변인의 범여권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김진애 의원은 사퇴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상황에서 김 후보는 ‘서울시장’에 올인함으로써 김 전 대변인에게 길을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③ 당 대 당 통합 앞두고 ‘몸값 올리기’

김 후보는 열린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열린민주당TV' 방송에서도 "누가 당선돼든 후보의 정체성, 리더십, 정책공약에 대한 검증이 일어나야 하는데 솔직히 이번 민주당 경선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범민주 세력을 보여주려면 (최소한) 박영선-박원순 단일화(모델)까지는 나아가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매우 디테일한 조건을 제안했다. 과거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델처럼, TV 토론회를 한 다음에 배심원판정 30%, 여론조사 30%, 국민참여 경선 40%로 지지율을 조사할 것으로 주문했다고 알려진다.

김 후보의 '의원직 사퇴'가 향후 당 대 당 통합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서로 서운한 관계가 없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하나가 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여권 후보 단일화를 매개로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당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쉽게 단일화에 응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의원직 던져가며 열린민주당에 충성하는 자신을 잘 봐달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김진애, 박영선 후보 되자마자 의원직 사퇴하고 단일화 압박

한편 김진애 후보는 지난 3월 2일 열린민주당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판을 벌였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에는 서울시장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1일 서울시장 후보로 박영선 전 장관이 확정되자마자, 다음날 김진애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찬물을 확 끼얹은 형국이다.

열린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 출마자 의원직 사퇴 시한이 3월 8일이었다. 3월 8일이 다가오는데도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자, 김 후보가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사퇴한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박 후보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야권 단일화 후보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후보측의 요구를 아예 무시해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주당이 잘못 대응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진애 후보가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3월 8일 안에 단일화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그 기한을 며칠 안 남겨두고 의원직을 던지면서 배수진을 친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가 그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민주당에서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단일화를 하고,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와도 3월 8일까지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후보 측에서는 의원직 사퇴와 함께, 서울시장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8일까지 3~5번의 TV 토론회를 하자고 역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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