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9일 KBS 9시 뉴스에 출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단일화 국면에서 ‘여론조사방식’의 단일화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가 선호하는 ‘여론조사방식’ 대신 '개방형 시민경선'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터라, 오 후보의 이런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나경원 누른 오세훈 승리 두고 ‘역선택’ 분석 제기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 전 시장이 확정된 것부터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 이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후보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훨씬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세훈의 승리로 나타났다.

의외의 결과로 인해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인한 역선택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까지 포함하는 경선룰 자체가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 예비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 되고, 그래야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진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는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나 후보는 그러면서 “나경원이 될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실시되기도 한참 전의 인터뷰여서, 그야말로 ‘단순 예감’에 불과했지만, 예감대로 오 후보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나 예비후보의 예감대로, 이제는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샤이 민주당’ 감안해도 양자 대결서 오세훈과 안철수 모두 의미 있는 약진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흐름은 ‘역선택’ 분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오세훈, 안철수가 동시에 약진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 오 후보와 안 대표가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오 후보 선출 이전에는 박 후보가 우세였다. 안 대표는 박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고, 오 후보는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8일 발표된 중앙일보(조사업체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양자 대결 시 안철수 후보는 47.3%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8%)를 오차범위(±3.1%p) 밖에서 앞섰다. 오세훈 후보는 45.3%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 후보(41.6%)와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6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 전화면접,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오 후보의 약진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에서의 ‘컨벤션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오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나섰을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나마 박영선 후보에게 우세한 것은 처음이다.

이 여론조사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들어 샤이 민주당 표가 많이 생기는 상황이다. LH 사건 등 민주당이 불리한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속내를 잘 밝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ARS 여론조사에서는 여야 (가상) 양자대결이 박빙인데, 자기의 뜻을 직접 밝혀야 하는 전화면접에서는 안철수, 오세훈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신감 붙은 오세훈은 ‘여론조사 경선방식’ 수용 의사 표명

‘샤이민주’층의 존재를 감안한다 해도, 오 후보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그만큼 자신감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여론조사상에 나타나는 걸 보면, 오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의힘 후보인 오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오 후보는 지난 9일 KBS 뉴스9에 출연, 단일화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최근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일반시민 여론조사 경선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일화 쟁점 중 가장 논란이 큰 경선 방식과 관련해, 안 후보 측이 요구하는 ‘여론조사 경선방식’도 수용 가능하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한 셈이다.

국민의당은 양당의 1단계 경선과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 100% 경선을 고수한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개방형 시민 경선'도 병행할 것을 주장해왔다. 오 후보가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한 셈이다.

오 후보는 당내경선 이후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추세인 것을 강조하며 여론조사 경선방식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상승세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윤석열 돌풍'이 이번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견해를 묻자 "희망사항을 말씀드린다"며 "만약 대권행보를 하시게 된다면, 아마 서울시장 오세훈과 가장 잘 궁합이 맞지 않을까"라는 답변으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양당 실무팀 18~19일까지 후보 단일화 합의

야권 단일화가 4.7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대 변수로 꼽히는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를 향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차원의 단일화 실무팀이 지난 9일 오후 첫 협상에 나섰다. 8일 실무팀 구성을 완료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9일 오후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나 실무협상단 상견례를 가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양석 사무총장, 성일종 비상대책위원, 권택기 전 의원 등 3명으로 실무팀을 구성했고, 국민의당은 이태규 사무총장,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이영훈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으로 실무팀을 꾸렸다.

양당 실무팀은 첫 만남에서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TV토론 방식 및 횟수 ▲여론조사 문항 및 기간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 쟁점을 두고 협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당 실무팀은 후보자 등록 기간인 18~19일 이전까지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양당 실무팀의 협상 이전에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단둘이 심야 맥주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7일 저녁 강남의 한 맥주집에서 수행자 없이 단 둘이서 90여분간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시장이 결정되는 날, 안 후보는 “오세훈 후보와는 빨리 만나고 싶다”고 밝혔고, 오 후보가 화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 후보는 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젯밤 만나서 장시간 꽤 말씀을 나눴다"며 "허심탄회하게 일단 한번 보자고 말씀을 드려 만남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의 실무적인 이야기들은 거의 나누지 않았다"며 "2번이냐 4번이냐, 경쟁력 조사냐 적합도 조사냐, 기 싸움이나 수 싸움인데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데 휩쓸리지 말자, 실무팀에 맡겨놓으면 족하다, 우리는 큰 줄기만 잡아주면 단일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 거다' 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단일화 전쟁의 서막을 맥주 집에서 열어

단일화 전쟁의 서막이 맥주집에서 열린 것을 두고도, 그간 정치인들의 밀실 야합에 익숙한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뉴스로 다가갔다는 평이 많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배석자 없이 이렇게 절차 따지지 않고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흉금을 터놓고 만나서 단일화 일정에 대해 공감을 했고, 가급적이면 후보 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루자는 것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3대3 단일화 협상 실무팀을 꾸려서 진행하자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이끌어낸 것이 성과로 꼽힌다.

안 후보 역시 7일의 심야 맥주 회동에 대해 "우선 큰 틀에서 빨리 합의를 이뤄나가자, 그리고 아주 사소한 문제로 실랑이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 또한 만약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합의가 잘 안 되면 당에 맡길 게 아니라 후보들이 나서서 풀자, 이런 이야기들이 서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으로는 ‘단일화가 교착되는 국면이라면, 후보자들이 직접 만나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꼽힌다. 두 후보의 심야 맥주 회동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이다. 이런 만남 자체가 보수 야권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도 보수층을 놓고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선출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직접 단일화 물꼬를 틈에 따라서 ‘아름다운 단일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누가 단일화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시너지 효과와 컨벤션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두사람의 단일화는 단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만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야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두 사람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서 그 이후의 야권 개편과 맞물려서 좀더 폭넓은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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