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은 한류 접촉하면 사형당하기도...”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연합뉴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대해 “북한 정권의 선전 일환"이며 "오직 북한 엘리트들만이 공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나 한국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주민들의 한류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한국 가요를 즐겨 듣는 모습은 매우 위선적이라고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과거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평양의 영어선생님’을 발간한 작가 수키 김 씨는 한국 연예인들의 평양 공연 소식에 “남북 간 화해는 연예인이 가서 노래를 부른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남한정부가 연예인들을 정치적 이슈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실망스럽고 씁쓸하다”고 했다.

김 씨는 “김정은이 평양공연에 참석하고 공연장을 노동당 간부들로 꽉 채운 것은 결국 북한사회가 마치 자유가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쇼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VOA에 “북한주민들은 한국 가요를 들으면 교화소에 갇힌다”며 북한주민들이 즐길 수 없는 한국 예술단의 평양공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정권의 프로파간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북한 엘리트들만 볼 수 있는 공연은 북한주민들이나 한국, 외부세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정권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유화적 공세를 펴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결국 북한주민들에게 같은 민족인 한국인들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압박을 모면하려는 의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리처드 메이슨 선임기술연구원은 이 때문에 북한에 객관적인 외부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이슨 연구원은 “북한정권이 모든 외부정보를 차단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어떤 내용이든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풍선과 무인기 등을 통해 북한에 저렴한 방법으로 외부정보를 보내는 방안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면 청와대는 남한 공연단의 평양공연이 남북화해와 대화를 진전시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것은 최초라며 한류가 북한에 활발하게 유통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로 북한주민들이 남한 가요 등 자본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당세포위원장 대회 연설에서 “비사주의적 현상과 섬멸전을 벌리라(벌이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는 전했다.

김정은은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리고 비사주의적 현상들을 조장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이런 자본주의 요소들이 청년과 인민들의 혁명의식과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우리의 사회주의 혁명 진지를 허무는 매우 위험한 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비사주의적 현상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성종합대 출신 탈북민인 김수연 한국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은 최근 언론기고에서 “북한주민들이 ‘이별’ ‘좋은 날’ ‘이등병의 편지’ 등의 가요와 엑소를 비롯한 아이돌 그룹 노래를 부르거나 전파했다는 이유로 평양에서 추방되거나 처벌당했고 심지어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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