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은 남한의 조작극'이라는 북한 주장에 청와대 침묵
김영철-천안함은 짧게 언급하고 '평양공연 감동' 강조한 연합뉴스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천안함 논란'은 눈감는 정부와 언론
언론은 북한 주장과 일치하는 천안함 의혹 재탕하며 음모론 부추겨
나라위해 목숨바쳤던 용사들과 유족들-생존 장병 등에 부정여론마저

북한 노동신문이 3일 "천안함 폭침은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전날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농담하듯이 태연하게 천안함을 언급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김영철의 '천안함 발언'에 항의하거나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나아가 다수 언론매체에서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런 일이 있었다’며 간결하게 전달하는 양상이다.

노동신문은 3일 "천안함 폭침은 친미·보수 정권이 북남 관계 갈등을 증폭하기 위해 조작한 특대형 모략 사건"이라며 "천안호 침몰 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 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자신들 소행을 부인하며 미국과 남한에 책임을 돌리던 종전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특별히 말씀드릴 사안은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청와대측은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북한에는 별다른 사과를 일체 언급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천안함 폭침 8주기 시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 불참했고, 지난 2월 25일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이 남북 평화의 상징처럼 평창올림픽에 방문할 당시 천안함 가족들의 반발에는 ‘대승적인 이해’를 부탁한다고만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언론 또한 이러한 북한과 발맞추는 정부의 기조에 호응하여 북한과의 ‘화해 무드’에 대해서만 집중 조명함에 따라,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 또한 '평화'에 경도(傾倒)된 확증편향적 사고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최근 평양 공연에 대해서 ‘남북 교류와 화합의 장’이라며 비중있게 다루었다. 국내 예술단이 평양공연에 도착한 지난 1일부터 관련 기사 50여 건을 쏟아내며 달라진 남북관계를 집중조명하며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평화무드’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는 ‘함께부른 통일노래...평양 남북합동공연’, ‘감동의 무대’, ‘남북 손 맞잡고 하모니’, ‘평양공연서 하나 된 예술인들’, ‘8천만이 함께 부른 통일노래’, ‘믿기지 않을만큼 감동’ 등의 표현을 활용하며 민족애의 부푼 마음을 전하는 표현들이 강조했고, 이외에도 <청와대 “김정은 공연 관람은 좋은 일...화해ㆍ대화 진전에 도움”>, <김정은 “가슴 벅차고 감동, 평양공연 평화의 봄 불러와”>라는 내용을 전하며 청와대와 언론 모두 이같은 남북화해모드에 ‘봄이 온 것’처럼 평화 분위기를 부각했다.

반면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눈을 감거나 상황 모면에 치중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평양 공연’과 ‘천안함 폭침’과 관련된 보도 양상과 정부의 대처를 살펴보면 이같은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통일부와 국정원 등 정부는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런 차원에서 김 부위원장의 연관 여부도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별다른 언급을 삼가고 있고, 이 논란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다수 언론 또한 8년 전 별다를 것 없는 천안함 의혹을 재탕하며 북한의 입장과 일치하는 보도를 다시 한 번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중립국인 스웨덴이 포함된 국제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대해서조차 부정하고, 북한 주장과 일치하는 음모론적 시각을 부추기는 언론매체가 적지 않다.

공영방송 KBS가 ‘추적60분’ 등을 통해 과거 의혹보도를 재탕하고 나서며 ‘천안함 폭침’에는 “논란이 있는 부분 아닌가”라는 여론이 대두됐고, 오히려 천안함 폭침이라며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는 인원들에 대해서 ‘과도하다’, ‘어거지성’, ‘정치 논리에 따라 북한과의 화해무드를 깨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북한에 대응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천안함 용사들과 유족들, 생존 장병 등에 대한 부정여론마저 나오고 있다. 남북 화해무드를 방해하는 인원들로 조명되는 듯한 분위기이다.

한겨레신문은 3일 <달라진 북…김영철 “취재 제한 양해 구한다” 이례적 사과>이라며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강조했으며, 오마이뉴스 <공연시간 줄인 북측 "남측 공연 더해라" 파격 배려 이어져>, 경향신문은 4일 <함께 웃고 운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안녕히 다시 만나요">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한편 미디어오늘과 노컷뉴스 등은 의혹에 대해 집중부각하며 다시한번 천안함 논란에 대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천안함 시신익사·멀쩡한 형광등, 과연 어뢰폭발 맞나>(2월 26일) 기사, <유시민 “천안함 의문, 정부는 한 번도 제대로 해명 못해”>(3월 2일) 기사, <천안함 범시민사회협 “재조사할 특조위 설치해야”>(3월 23일) 기사, <“부딪힌 기분” “차에 박은듯” 천안함 생존자 증언 의문점 있다>(3월 28일) 기사, <천안함 인양업체 대표, 8년만에 “천안함 폭발한배 아니다”>(3월 29일) 기사, <강윤기 KBS PD “군, 천안함 CCTV 왜 재촬영했나”>(3월 30일) 기사, <해군, KBS 천안함 보도에 팩트체크했지만 허점 투성>(4월 3일) 기사 등 음모론적 시각을 지닌 이들의 주장을 집중조명했고, 노컷뉴스 또한 <"8년 전 민군합동조사단, 천안함 좌초 증거 무시했다">(3월 29일) 기사, <"폭발한 배가 아니다"…천안함 의혹 재점화>(3월 29일) 기사 등을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와 다수 언론은 북한과 사이좋은 모습이 연출되면 ‘화합의 장(場)’, ‘달라진 북(北)’의 모습을 크게 강조하는 것과 달리, 북한과 의견이 부딪힐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몸을 심하게 사리는 모습이 여실하다. ‘적폐 청산’ 기조 아래 무자비한 칼날을 휘두르는 정부와, 국내에서 특정 비난 여론을 부추기는 언론들이 북한을 대상으로는 유독 다른 대처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라면 함께 도우며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북한에게 균형감있게 대처하기보다는 맹목적으로 경도(傾倒)된 모습이 아니냐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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