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난달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故 백기완 씨 추모집회는 넋 놓고 봐 놓고선
한달 전 신고된 집회에 대해 집회 하루 전에 비로소 주최 측에 '집회제한' 통고
헌법재판소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장소인데도 "100미터 이내라서 안 돼" 억지 부리기도

9일부터 10일까지 개최가 예정된 서울 지하철3호선 안국역 앞 추모식에 대비해 서울 종로경찰서가 집회개최 예정 장소 일대에 경력을 배치해 놓은 모습. 2021. 3. 8. / 사진=박순종 기자
9일부터 10일까지 개최가 예정된 서울 지하철3호선 안국역 앞 추모식에 대비해 서울 종로경찰서가 집회개최 예정 장소 일대에 경력을 배치해 놓은 모습. 2021. 3. 8. / 사진=박순종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특별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고(故) 백기완 씨의 장례식을 넋 놓고 바라만 본 경찰 당국이 이번에는 서울 지하철3호선 안국역 앞에서 예정된 자유·우파 시민단체의 추모식의 규모를 제한하고 나섰다. 지난달 8일 신고 건에 대해 경찰이 행사 하루 전 집회제한을 통고한 데 대해 행사 개최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단장은 8일 동(同) 단체가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지하철3호선 안국역 일대에서 진행하기로 한 고(故) 김완식·김주빈·김해수·이정남 씨의 추모집회에 대해 서울 종로경찰서(서장 이규환·총경)가 집회제한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고 김완식 씨 등 네 사람은 지난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에 항의하는 내용으로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측의 미숙한 집회 관리로 인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이들이다.

자유대한호국단 측은 지난달 8일 당초 안국역 일대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9일 정오(正午)부터 조문객을 받을 계획으로 관할 경찰서에는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99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갑작스럽게 자유대한호국단 측에 집회제한 통고를 하고 나섰다고 단체 측은 밝혔다.

경찰 측은 집회제한 사유로 ▲집회 예정 장소가 집회제한 구역인 헌법재판소 100미터 이내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감염병의 확산 우려가 있는 점 ▲교통이 혼잡한 지역이기 때문에 교통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자유대한호국단 측이 신고한 집회장소는 헌법재판소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상 떨어진 장소이다. 그럼에도 서울 종로경찰서는 동(同) 단체에 대한 집회제한 사유로 집회 개최 장소가 '헌법재판소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라고 주장했다.(지도=네이버 지도)
자유대한호국단 측이 신고한 집회장소는 헌법재판소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상 떨어진 장소이다. 그럼에도 서울 종로경찰서는 동(同) 단체에 대한 집회제한 사유로 집회 개최 장소가 '헌법재판소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라고 주장했다.(지도=네이버 지도)

하지만 단체 측은 동(同) 단체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장소인 안국역 4번 출구 앞이 헌법재판소 경계로부터 130여미터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상 집회제한 장소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사 집회 장소가 헌법재판소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집회의 성격이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회제한 장소이기 때문에 집회를 제한한다’는 경찰의 판단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단체 측은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한 99명 이내 규모의 추모식은 제한당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집회제한 통고와 관련해 오상종 단장은 “당장 내일부터 행사를 시작하는데,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집회제한 통고를 하고 나선 것은 법원에 호소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우리 집회를 방해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현재 행정법원에 집회제한 취소 가처분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관할 구청인 서울 종로구(구청장 김영종·더불어민주당)는 종로경찰서에 행정응원 공문을 보내 놓은 상태다. 종로구는 자유대한호국단 측이 천막을 설치할 경우 단체 측 천막을 강제 철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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