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진은 '공정성'을 열망하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문자 투표에 의해 결정되었다.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캡처]  

5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 밤 시청자들을 TV조선 앞으로 끌어당긴 ‘미스트롯2’는 본선 탈락자 양지은의 최종 승리로 막을 내렸다. 패자가 정상에서 부활한 것이다. 이같은 ‘양지은 현상’은 소위 권력집단의 판단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발생한 ‘조국 사건’ 등으로 인해 한국인들은 ‘불공정성’을 더욱 예민하게 인식하고 ‘공정성’을 갈망하게 됐다. 이는 미스트롯2 경연과정에서 주최측인 TV조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공정성이 화두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다.

공정성 열망한 TV조선 시청자들, 문화권력이 C급으로 평가한 양지은에게 몰표

소위 대중문화 전문가를 자처하는 심사위원들은 양지은을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할 C급 정도로 평가했다. 학폭논란에 휩쓸린 참가자가 자진 하차함에 따,라 ‘대타’로 뽑혀 준결승 무대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양지은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 때부터 폭발했다. 트롯신동 전유진 역시 본선에서 탈락함으로써 심사위원단 평가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 시점이다.

TV조선은 상업성이 뛰어난 가수인 홍지윤을 1위로 만들기 위해, 대국민응원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로 강력한 ‘진’후보가 된 전유진을 미리 탈락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국민응원투표 득표율대로 점수를 부여할 경우 전유진이 압도적인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다. 전유진의 탈락이 미스트롯2 심사위원들의 ‘불공정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각인된 것이다.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캡처]  

전유진이 사라졌지만 홍지윤이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1위 못해

홍지윤은 모든 무대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정성 프레임에서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들의 경연이 진행된 시간에 이뤄진 실시간 문자투표에서 양지은에게 큰 격차로 뒤졌다. 소위 전유진 중도탈락 파문 이전부터 실시된 대국민응원투표에서 홍지윤은 유일하게 전유진을 추격하는 막강한 2위였다. 그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았다.

전유진이 탈락한 상황에서 실시되는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당연히 홍지윤이 압도적인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예상과 다른 판세가 펼쳐졌다. 결승전 1라운드부터 양지은이 실시간 문자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로 부상했다. ‘TV조선과 심사위원단이 홍지윤 1위 만들기’로 사전에 의견을 모았다는 ‘음모론’이 전유진 탈락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 부정적 여파로 인해 홍지윤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지은과 홍지윤이 미스트롯 제2대 진 호명을 앞두고 있다.
양지은과 홍지윤이 미스트롯 제2대 진 호명을 앞두고 있다.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캡처]

본선 탈락자 양지은 결승전 1라운드 1위 차지해 파란 예고...양지은의 ‘효심’에 ‘공정성’ 열망이 반응?

우선 양지은은 지난주 결승전 1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해 파란을 예고했다. 양지은은 결승전 1라운드 마스터(심사위원) 점수에서는 5위에 그쳤다. 1라운드 마스터 점수 1위는 홍지윤이었다. 이 순위를 바꾼 것은 ‘실시간 문자 점수’였다. 시청자들은 양지은에게 실시간 문자의 20.68%에 해당하는 37만 6583표를 몰아줌으로써 결승전 1라운드 1위로 올려주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의해 준결승전 진출전에서 탈락했던 양지은에게는 대반전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진심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려내렸다. 양지은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마스터 예선에서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와 딸’을 불렀던 사연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효녀’ 참가자였다. 그런데 지난주 결승전 1라운드를 끝내고 양지은이 밝힌 사연은 더 화제가 되었다. 20살에 아버지에게 한쪽 신장을 떼어주는 바람에 허리에 힘을 줄 수 없게 되면서 결국 노래를 접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자식의 앞길을 막았다고 평생 미안해했을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미스트롯에 참가했다는 양지은의 효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단단히 기억된 순간이었다.

양지은은 미스트롯 최대의 수혜자로, ‘신데렐라’라는 호칭을 얻었다. 준결승전 진출자 14명 중에서 예기치 못한 참가자의 중도 탈락으로 행운을 거머쥔 덕분이다. 양지은은 준결승전을 이틀 앞두고 제주도에서 호출돼,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과 ‘함께 무대를 꾸며야 하는 동료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려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다른 참가자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 또한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준결승전에 참가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준결승전 참가를 결심한 순간이 ‘미스트롯2 진 양지은’을 탄생시켰다. 남편의 격려와 사랑으로 무장한 양지은은 성장드라마를 계속 써내려갔다.

미스트롯2 진으로 등극한 양지은을 바라보면서 심사위원들은 점수를 매긴 자신들의 손가락을 부끄러워했을 거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주 결승전 1라운드에서 마스터점수 5위에 머물렀던 양지은은 결승전 2라운드에서도 1052점을 받아, 1084점을 받은 홍지윤에 비해 32점 부족한 점수로 5위에 머물렀다.

결국 1라운드 총점에서 홍지윤에 17.98점을 앞선 양지은은 결승전 2라운드 중간점수에서 홍지윤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홍지윤에게 32점을 더 준 심사위원들이 14.02점 차이로 홍지윤을 밀어올린 것이다. 사실 그동안 심사위원들이 홍지윤을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예선에 참가한 양지은의 수수한 모습과 결승전 2라운드에서 점차 프로로 변모해가는 모습.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캡처]

문화권력자들은 결승전 1,2라운드에서 모두 홍지윤에게 최고점 부여

홍지윤은 매 경선 라운드에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래서 결승전 진출에서 별사랑이 1위로 올라가고 홍지윤이 4위로 올라간 것을 두고, ‘고의적인 연출’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홍지윤이 속한 소속사가 TV조선과 협력해 홍지윤을 미스트롯2 진에 등극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SNS상에서 꾸준히 돌고 있던 터였다. 실제 결승전 2라운드가 방송된 4일 실시간 검색을 분석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홍지윤 검색이 100 이라면, 양지은 검색은 98 정도로 홍지윤 검색이 앞선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1라운드 마스터 점수에서는 홍지윤이 1062 점으로 1위를 했다. 2라운드 마스터 점수에서도 홍지윤이 1084점으로 1등에 올랐다. 태극 문양으로 주문 제작한 옷을 입고 등장한 홍지윤에 대해 마스터들의 “작정했네 작정했어”라는 평가가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1라운드 점수에 합계된 대국민투표에서 홍지윤은 1200점 만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대국민투표에 참가했던 국민들이 ‘실시간 문자’에서는 양지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마스터들의 편파적인 판정에 아마도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예선에 참가한 홍지윤의 앳된 모습과 결승전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열창하는 모습.
예선에 참가한 홍지윤의 앳된 모습과 결승전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열창하는 모습.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캡처]

결승전 2라운드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도 양지은 돌풍 불어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결승전 2라운드 중간 점수에서 홍지윤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최종 점수를 발표하는 진행자가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양지은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고 평가했다.

결승전 2라운드에 국민들이 보낸 실시간 문자는 폭발적이었다. 총 403만 9824표가 제작진에게 전달되었고, 이중 유효표는 332만 7869표로 집계되었다. 이 중에서 양지은은 전체 유효표의 23.86%에 해당하는 79만 4014표를 얻어 만점인 1500점을 받게 되었다.

반면 홍지윤은 전체 문자의 18.13%에 해당하는 60만 3456표를 획득해 1140.01점을 받았다. 두 사람의 ‘실시간 문자 점수’ 차이는 359.99로 벌어졌다. 양지은은 결승전 2라운드 중간점수에서 뒤진 14.02를 만회하고도, 345.97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최종 ‘진’의 영광을 거머쥔 것이다.

최후의 승자 발표를 앞두고 진행자는 양지은과 홍지윤에게 소감을 물었다. 양지은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보니, 담담하다”면서도 상금을 어디다 쓸 거냐는 질문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집에 계시는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서 1층 집으로 이사를 하게 해드리겠다”는 말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울렸다.

홍지윤은 소감과 상금에 대한 질문을 받자 “너무 떨린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도 감사해서, 상금은 기부를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진행자가 “동생 분하고는 미리 얘기가 안 된 모양이다. 기부하겠다는 말을 들은 동생이 놀란다”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마스터들이 1,2라운드에서 모두 1위로 선택한 홍지윤은 실시간 문자 점수에서 양지은에게 뒤져, 선에 머물렀다. 
마스터들이 1,2라운드에서 모두 1위로 선택한 홍지윤은 실시간 문자 점수에서 양지은에게 뒤져, 선에 머물렀다. 

7명의 결승전 참가자들 모두 시청자들에게 감동 선물...공정성 갈망하는 한국사회 단면도 드러나

앞서 결승전 2라운드는 참가자들의 ‘인생곡 미션’으로 진행되었다. 각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었다. 은가은, 김다현, 양지은, 홍지윤, 김의영, 김태연, 별사랑 순서로 진행된 경연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는 있을지언정 7명의 참가자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실력을 자랑했고, 시청자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어른들만 듣는 비주류 음악’으로 홀대받던 트롯을 ‘젊은이들을 포함한 전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장르’로 재탄생시킨 TV조선의 기획력은 칭찬받을 만하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으로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자랑하면서,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도 갈수록 높아졌다.

시청자들은 공정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좌절한 만큼 ‘TV 프로그램에서나마 공정성을 갈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유진 탈락 파문과 양지은 ‘진’ 등극이라는 이변은 이같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인 셈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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