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각종 폭주와 실정(失政)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침묵하거나 한걸음 나가 '문비어천가'로 정권을 비호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암담한 언론 현실에서 그나마 조선일보가 정권의 문제점을 비교적 날카롭게 지적하는 기사와 논평을 최근 잇달아 보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조선일보의 사설(社說)들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지지율과 野 무능 믿고 마구 나눠 먹는 與 정치인 낙하산>, <피고인도 없는 박 前 대통령 선고 생중계, 재판을 쇼 만드나>, <‘제주 4·3 委’ 비판하면 징역 살린다는 ‘4·3 특별법’ 개정안>이라는 제목으로 3개의 사설을 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했다. 세 사설 모두 모두 상식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내용들이다. 당연히 언론이 정면으로 비판해야 할 내용이지만 요즘 한국 언론에서는 이런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의 이날 사설들은 다른 매체들과 확연히 차별화된다.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 갈무리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

조선일보는 <지지율과 野 무능 믿고 마구 나눠 먹는 與 정치인 낙하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 정권의 ‘제멋대로식 인사’에 대해 날선 목소리로 비판했다. “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지 못했거나 포기한 총 40명의 19대 민주당 의원 중 20명이 이 정부 들어 각종 기관장으로 갔다”며 ‘도를 넘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 비판했다.

사설은 “최소한의 전문성과 함께 그 조직을 위해 모든 걸 건다는 자세가 있어야 하나 임명된 20명의 19대 의원 중에 벌써 4명이 1년도 안 돼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그만뒀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정권은 지난 정부 내내 낙하산 인사를 비난했다. 박근혜 정부 1년 차 국정감사 때는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총선 낙천ㆍ낙선 인사가 임명된 것이 5명”이라며 (비난하더니) 자신들이 내려보낸 정치인 낙하산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며 정권의 이중성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또 <피고인도 없는 박 前 대통령 선고 생중계, 재판을 쇼 만드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피고인 없는 가운데 이뤄지는 선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생중계하겠다는 것을 보니 판결 결과가 어떨지는 예상이 된다. 법정까지 쇼 무대가 돼야 하나”며 비판적인 논조의 글을 실었다.

이와 함께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순실씨의 경우 ‘이들이 생중계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허가할 만큼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생중계로 회복 불가능한 불이익이 가해질 가능성도 고려했다’며 생중계를 불허했는데, 이번엔 ‘생중계가 공익’이라는 상반된 결정이 나왔다. 뭐가 다른 것인지 궁금하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제주 4·3 委’ 비판하면 징역 살린다는 ‘4·3 특별법’ 개정안>라는 사설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4·3사건 추모사와 관련해 사건을 일으킨 남로당과 배후 세력인 북한 책임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던 것에 대해 지적했다.

사설은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기에 대통령의 사과는 현대사의 비극을 매듭짓는 데 기여할 것”이지만,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사건을 일으킨 배후 세력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무장 반란이 일어나면 군과 경찰이 진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4·3 당시 전사한 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다”면서 “대통령은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 역시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며 편향된 이념에 기반한 추모사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민주당을 중심으로 의원 60명이 발의한 4·3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4·3 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부정하면 3년 이하의 징역ㆍ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에 대해서 “이게 민주화 투쟁했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조선일보는 과거 ‘탄핵 정변’을 전후해 '송희영 전 주필 사건'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겨냥한 대형 오보, 이진동 TV조선 부장과 고영태를 둘러싼 잡음 후유증으로 우파 성향 주력 독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같은 과오에 대한 반성 때문인지 최근 들어 현 정권의 위험한 '좌향좌 노선'과 막무가내식 국정 운영에 대해 기존의 신문 방송 통신사 중 거의 유일하게 정권의 독선과 독단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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