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신간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쉽고 친근한 말투로 어마무시하게 뼈 때리는 책
김태규 신간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쉽고 친근한 말투로 어마무시하게 뼈 때리는 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 김태규 지음, 글마당 펴냄, 384쪽, 1만8000원.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퇴직을 앞두고 쓴 글들이 모여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김태규 지음, 글마당 펴냄, 384쪽, 1만8천원)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미 보름 전부터 출간 소식으로 장안의 화제였던 이 책은 서슬퍼런 문재인 정권의 압제 하에서 사법부, 나아가 법치주의가 얼마나 허탈하게 근간에서부터 흔들렸는가를 다뤄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 중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치질서와 법치주의에 도전이 될 우려가 있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고자 했다"며 정해놓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절차가 무시된 대표적 사례들을 6장의 챕터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제1장의 제목은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나라'로 책 부제와도 같다. 저자는 대북전단금지법과 5.18역사왜곡금지법, 위안부 문제의 성역화, 대학 내 대자보에 건조물 침입죄 적용 논란 등을 거론하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나 지금이나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부분은 더 못해졌다"고 한탄한다.

저자는 법치에 대한 소양이 권력자들과 일반 국민 모두에게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현 정권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와 같은 소중한 헌법적 가치들에 대해서도 법의 형식만 빌리면 제한해도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법률국가를 법치국가로 혼동하는 것"이라며 "형식적인 법률로 강압적인 통지를 하였던 나치의 통치방식도 법치라고 해야 한다는 논리에 이른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책 시작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어느 경우에서든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아무리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적법절차를 어긴 것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 및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방송언론과 정부 산하 주요 권력기관 등을 장악해나갈 때 바로 이 영장주의 원칙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들을 되짚는다. 판사들은 동료 판사를 적폐 판사라 낙인 찍으며 개인 컴퓨터를 압수수색했고 구속영장 발부 기준도 현 정권 인사들과 일반 국민 중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다. 조문으로만 있을 뿐 실제 적용되는 일이 대단히 드물었던 직권남용죄와 피의사실 공표죄 등이 현 정권 들어와 익숙해진 상황도 꼬집는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도 섰던 포토라인에 현 정권 인사들은 서지 않게 된 일 역시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저자는 기존의 특별검사제도와 신설된 공수처 등의 구조적 문제에 관련해선 "앞으로 사법기관들이 얼마나 더 정치판에 흔들릴지 우려하는 마음 뿐"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다.

저자는 최근 4년 동안 '판사 새x'의 준말인 '판새'라는 빈정거림에도 딱히 반박하기가 힘들었다며 "과거 선배들의 법에 충실하려 했던 그 겸손함이 요즘은 자꾸 희귀해져 가는 듯한 불안감이 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법관들조차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윤색된 판결을 내리는 걸 보며, 그리고 함량 미달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의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의 후신)를 보며 법관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린 현실에 비애감을 드러낸다.

법치주의가 무너졌다는 저자의 비애감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마지막 챕터인 '적폐청산의 원동력,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이다. 저자는 당시 현직 판사로서 지켜봤던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해 "죄를 묻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 것이었다"고 표현한다.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헌법재판소, 정치인, 검찰, 언론 등이 주된 논의 대상이다. 적은 분량이지만 하나씩 그냥 예사로 넘겨볼 내용들이 아니다.

이 책이 어려운 법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쉽고 재밌기까지 한 것은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 중 '생각할 수록 정말 이상하다' 싶은 사례들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공감부터 해보려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대법원의 징용배상판결을 법원칙을 저버렸다면서 비판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판사인 자신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를 근본에서부터 살피는데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분석체가 아니라 '해당 판사는 어떻게 난이도가 높은 장벽을 뛰어넘어 이런 판결문을 쓰기에 이르렀는가'의 관점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야말로 비판의 대상을 기분이 나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아프게 만드는, 요즘말로 어마무시하게 뼈를 때리는 방식이다.

워낙 지금 정권의 사법부에 대해 꾸준히 쓴소리를 해온 저자이다보니 책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읽힐까 우려하는 대목도 있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그들에 대한 비판이 되었을 뿐이라며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여 6.25역사왜곡금지법, 천안함 역사왜곡금지법, 광주사태 북한군개입설 인정법을 만든다면 그때도 여기서 한 비판은 그대로 그리로 향할 것이다"라고 분명히 말한다.

책 구성상 단번에 통독을 해야하는 책이 아니다. 틈틈히 읽기도 좋다.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