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 9개 장관직 인사 단행
미얀마 군부, 자신들에게 비판적 논조의 기사 쓰는 기자들 체포에 나서 '언론탄압' 문제 제기되기도

2일 미얀마 양곤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反)군부 시위의 모습.(사진=로이터)
2일 미얀마 양곤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反)군부 시위의 모습.(사진=로이터)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부터 1개월 째. 미얀마 현지 정국은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군부가 구금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당대표로 있는 국민민주연맹(NLD)은 독자 내각을 구성하고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NLD 소속 미얀마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이날 외무장관을 포함해 9개 정부 중앙행정기관에 장관을 임명하고 독자적으로 구성한 의회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군이 설치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통치평의회’의 통치를 거부하면서 이에대응하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CRPH는 “정부의 직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적절한 인물이 지명됐다”며 앞으로도 각료들을 계속해 지명해 나아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군부 쿠데타를 비판했다가 대사직에서 해임된 초 모 툰 주(駐)유엔 미얀마 대사는 지난 1일 유엔총회 의장 등에게 서한(書翰)을 보내 자신이 정통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해당 서한에서 초 모 툰 대사는 “미얀마 민주 정부에 대한 불법 쿠데타 가해자들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인가를 철회할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며 “내가 여전히 미얀마의 유엔 대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측은 새 유엔 대사를 임명했음을 유엔 측에 통보한 상태다. 이에 유엔은 어느 쪽이 합법적인 대사인지를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쓴 기자 등을 형사 소추(訴追)했다. 미얀마 군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자사가 고용한 미얀마 현지 기자 테인 조(32)에 대해 미얀마 군부가 조를 형사 소추했다고 전했다.

조는 지난달 27일 미얀마 최대의 도시인 양곤에서 미얀마군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연 집회를 현지 치안부대가 진압하는 과정을 현장 취재하다가 구속됐다. 미얀마 당국은 조를 양곤 시내의 사법 시설에 가둬놓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얀마 현지 외신기자클럽은 2월28일 성명을 내고 “기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일어난 구속을 비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자사 소속의 미얀마 현지 기자에 대해 미얀마 군부가 형사 소추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출처=AP통신)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자사 소속의 미얀마 현지 기자에 대해 미얀마 군부가 형사 소추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출처=AP통신)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계속해 언론인들 체포에 나섰다. 지난 1일에는 미얀마 민영방송국 ‘버마의 소리’(DVB) 기자가 자택에서 체포당했다. 이밖에도 미얀마 현지 복수의 언론사 기자들도 체포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군부가 이들 기자를 체포·구속한 것은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보도를 금지한 미얀마 형법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쿠데타 후 미얀마에 소재한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쿠데타’ 내지는 ‘군정’ 등의 표현을 쓰지 않도록 하는 지침을 하달했다고도 한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현지 대형 언론사인 미얀마타임스의 경우 군부 지침에 순응하려는 회사 방침에 항의하는 소속 기자들이 대거 사표를 내는 바람에 2월 하순부터 3개월간의 휴업을 결정해야만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 2월1일부터 3월3일까지 일반 시민을 포함해 총 1300여명 가까이가 체포·구속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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