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표방하면서 그린뉴딜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겉돌고 있다. 관련 부처 일선의 공무원들은 관료주의에 매몰돼, 스타트업의 혁신 노력을 법 테두리 내에서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외면하는 사태도 종종 빚고 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환경부 산하 연구소의 ‘관료주의 규제’에 가로막혀 ‘성능 시험’조차 받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펜앤드마이크에 제보되었다.

‘고체’라서 환경부 성능 시험 접수 못한 스타트업 기업 대표, 펜앤드마이크에 ‘답답한 사연’ 제보 해와

 

자동차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를 최대 80% 정도 감축시켜 주는 ‘자동차 연료 첨가제’의 일종인 ‘자동차용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생산하는 ㈜미래준비 이덕진 대표는 3일 기자와 만나 “고체형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생산해 환경부 인증을 받기 위해 신청했다. 그런데 액체가 아니라 고체이기 때문에 접수를 받을 수 없다는 환경부 직원의 황당한 대응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자동차 연료 첨가제는 그동안 액체 형태만 있기 때문에, 고체 형태는 접수 자체를 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환경부가 접수를 받아서 우리 회사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면 인증을 해주는 것이고, 성능이 떨어지면 인증을 안 해주면 되는 것”이라면서 “수백 만원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면서 인증 테스트를 해달라는 기업의 요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관료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가 개발한 ‘자동차용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기존의 액체형 연료첨가제와 달리 고체형이다. 액체형 연료첨가제는 연비 개선의 효과가 거의 없고, 엔진 세정을 위주로 하는 제품이다. 일정한 주기에 맞춰 연료통에 새로 주입을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대표는 이러한 액체형 연료첨가제의 단점을 보완한 고체형 연료첨가제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액체형 연료첨가제와 달리, 연료통에 한번 투입하면 최소 10년 정도 성능이 유지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런데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 ‘자동차 연료첨가제’ 인증을 받기 위해 문의를 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연료 1리터당 얼마의 연료첨가제를 넣는지 신청서에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고체는 (절대) 안 된다”는 대답을 들은 것이다. 환경부의 적합여부 검사를 거쳐 공식 인증을 받아야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판매가 가능한데, 액체가 아닌 고체 제품은 애당초 ‘불가’하다는 게 교통환경연구소 직원의 대답이었다.

‘고체’는 안 된다는 교통환경연구소 직원의 대답, 관련 법규에서 근거 못 찾아그러나 펜앤드마이크가 제보자인 이 대표의 하소연을 듣고 팩트체크를 한 결과, ‘고체’는 안 된다는 교통환경연구소 직원의 대답은 관련 법규 어느 곳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교통환경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교통환경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동차연료첨가제제조기준 적합여부 검사는 ‘자동차연료와 함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자동차 배출물질을 저감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서 자동차 연료에 부피기준을 1퍼센트 미만의 비율로 첨가하는 물질에 대한 제조기준 적합검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처리대상’을 살펴보면 ‘『대기환경보전법』 제74조제1항 및 제2항 규정에 따른 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첨가제 또는 촉매제를 제조, 수입 하고자 하는 자는 환경부령이 정하는 제조기준의 적합여부에 관한 검사를 받아야 하며 또한『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 사업법』제2조 제10호 규정에 따른 유사석유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물질’로 규정되어 있다.

어디에도 액체에 한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 교통환경연구소의 담당자는 “액체는 가능하고, 고체는 안 된다”고 못박은 것이다.

환경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미세먼지저감장치(DPF) 보급/이 대표는 DPF 부품 생산하다 친환경 제품 개발

이 대표는 모든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촉매와 필터를 만드는 회사에서 20년간 근무 후, 2020년 2월 퇴사해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그 회사에서는 미세먼지저감장치 (DPF)에도 들어가는 촉매와 필터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미세먼지와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및 개발을 해서 지금의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회사 설립 배경을 밝혔다. 그리고 DPF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환경부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디젤 차량 소유주에게 의무적으로 부착을 강요하는 DPF 제품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꼽는 가장 큰 문제점은 '관리가 어렵고 실제 효용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DPF는 경유 차량이 내뿜는 ‘매연’ 중에서도 일부인 ‘미세먼지’만 걸러주는 장치라고 한다. 필터에 걸러진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청소를 해야 하는데, 화물차나 트럭을 생계형으로 운행하는 소유주들이 시간을 내서 청소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청소 비용까지 정부에서 지원을 하지만,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드물다”면서 “청소를 하지 않으면 차량의 상태는 오히려 더 나빠진다”고 설명한다.

차량의 상태가 나빠지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이 대표는 지적했다. “겉에서 보면 DPF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량 중에, DPF를 떼고 운행하는 차량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자체별로 불시에 DPF 장착 여부를 검사하는 제도도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DPF가 오히려 미세먼지의 온상이 되는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DPF를 장착하게 되면 출력이 떨어지고 연비도 떨어지기 때문에, 생계형으로 디젤 차량을 운행하는 트럭 소유주들은 DPF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DPF를 장착하지 않으면 서울로 진입을 못 하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로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까지 물어야 하는 현재의 제도를 탓했다.

이 대표, “무조건 허가해 달라는 게 아니라, 신청을 받아서 효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달라”

“울며 겨자먹기로 DPF를 장착하는 주위의 화물차량 소유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자동차용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만들었는데, 탁상 행정에 가로막혀 있다”며 도움을 구했다. DPF에 비해 가격은 1/10에 불과한데도, 출력은 향상되고 매연과 질소화합물 등은 80% 정도 감소시키는 자사 제품의 장점을 강조했다.

(주)미래준비의 제품 투입 전에는 37%였던 매연이 투입 다음날에는 8%로 줄었다. 약 1달 후에는 5%로 줄어, 성능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년간 의무 장착해야 하는 DPF를 중도에 떼낼 경우, 받은 지원금을 도로 토해내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DPF를 장착하고 나면, 조기폐차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화물차 차주들이 DPF를 꺼리는 요인이다.

이 대표는 현재 개발한 자동차용 배기가스 저감장치 외에 가정용, 농업용 보일러의 효율을 높이면서 매연을 현격히 줄여주는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친환경 보일러 제품의 생산도 눈앞에 두고 있다. 선박이나 공장에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R&D)시스템 구축에 모든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의 자금 문제가 가장 어려워 정책자금 신청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환경부의 인증을 신청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일선 행정기관의 규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환경 자동차용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승인해 달라는 게 아니다”면서 “신청 접수를 받아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품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을 해 달라는 게 저의 요구”라고 호소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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