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백스, 2일(현지시간) 한국, 북한,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 등 142개국 대상으로 한 1차 백신 공급 계획 밝혀...코백스 백신 공급받는 선진국들은 이미 충분한 물량 확보 국

코백스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1차 공여국들. 한국은 140여개 저개발 국가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코백스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1차 공여국들. 한국은 140여개 저개발 국가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코백스)’가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1차 공여 계획을 밝혔다. 코백스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북한,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캄보디아, 과테말라, 미얀마 등 전 세계 약 140개 저개발 국가들과 함께 오는 5월까지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제때 사전구매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저개발 국가들과 함께 국제기구로부터 백신을 공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코백스는 지난해 7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주도 아래 감염병혁신연합(CEPI, 백신개발)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백신공급), 그리고 유니세프(UNICEF, 백신분배)가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만든 국제 프로젝트다. 한국을 포함해 189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코백스 참여국 인구의 20%(약 20억회분)에 백신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코백스는 모더나, 화이자 같은 신기술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보다는 주로 아스트라제네카처럼 값싼 백신 공급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코백스는 오는 5월까지 전 세계 142개국에 2억 37백반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당초 공급 백신의 종류는 아스트라제네카에 국한돼 있었으나 지난 2월 화이자 백신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번 1차 공여에서 전 세계에 공급되는 화이자 백신은 총 120만회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오는 5월까지 코백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10만 2400회분, 화이자 백신 11만 7천회분을 공급받는다. 북한은 아스트라제네카 170만 4천회분을 공급받는다.

코백스 1차 코로나19 백신 공여국들 중 북한에게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이 표시돼 있다.
코백스 1차 코로나19 백신 공여국들 중 북한에게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이 표시돼 있다.

이밖에 이번에 코백스 1차 공여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는 국가들로는 아프가니스탄,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브라질, 캄보디아, 콜롬비아, 과테말라, 아이티, 미얀마, 베트남 등이 있다. 거의가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저개발국들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아스트라제네카 258만회분을, 아르헨티나는 아스트라제네카 194만 4천회분, 방글라데시는 아스트라제네카 1천만 90만 8천회분을 공급받는다. 브라질은 아스트라제네카 912만 2400회분, 캄보디아는 아스트라제네카 175만 2천회분, 콜롬비아는 아스트라제네카 206민 6400회분을 공급받는다. 과테말라는 아스트라제네카 72만 4800회분을, 아이티는 아스트라제네카 75만 6천회분, 미얀마는 아스트라제네카 360만회분, 베트남은 아스트라제네카 417만 6천회분을 공급받는다.

코백스 1차 백신 공여국에 포함된 선진국들로는 캐나다,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이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최강국들과 중국은 아예 목록에 이름이 없다. 그런데 캐나다,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는 사전에 이미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이다. 선진국들은 어떤 백신이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적은지, 또 한번의 접종으로 면역 상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충분하고 다양한 백신을 확보해 위험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사전 백신 구매에 실패해 코백스로부터의 백신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총 인구가 약 38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2021년 2월 기준 총 7개의 코로나19 백신 제약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해 3억 9800만회분의 물량을 확보했다. 이는 캐나다의 총 인구보다 약 6배가 많은 물량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14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그달 23일에는 모더나 백신을 두 번째로 승인했다. 캐나다 보건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지난달 26일에서야 비로서 사용 승인을 내렸다. 이번에 코백스가 캐나다에 공급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62만 4800회분이다.

뉴질랜드도 지난해 12월에 이미 전체 인구를 접종할 수 있는 1500여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1500여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사전 주문 형식으로 확보한 후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60만회분과 노바백스 백신 1072회분을 추가로 더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코백스를 통해 뉴질랜드에 공급되는 아스크라제네카 백신은 21만 1200회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2월 17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싱가포르도 지난해 12월 현재 지역감염이 0명이었으나 향후 재확산 가능성 때문에 사전에 백신을 주문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확보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3분기(7~9월)까지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백신을 확보해 시민과 장기 거주자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 개시 이후 2일 현재 누적 접종자는 불과 8만 7428명이다. 국내 인구(5200만명 기준) 대비 접종률은 0.17%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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