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령운전자 격분케 한 삼성화재의 통계 왜곡
[단독] 고령운전자 격분케 한 삼성화재의 통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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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65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를 추진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심각한 통계 왜곡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최근 5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건수가 급증하고 있고 치사율도 비(非)고령자 사고보다 80%가량 더 높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은 2019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3천239건으로, 2015년의 2만3천63 건에 비해 44%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시 치사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고령운전자의 운전에게 ‘조건부 면허’를 발금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그러나 펜앤드마이크가 입수한 경찰청의 지난 5년간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령운전자의 인구 증가분을 감안하면 교통사고 건수는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비고령운전자보다 더 큰 폭의 감소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보고서의 핵심 내용 중 고령 운전자와 관련돼 통계 왜곡이 이루어진 항목은 3가지 정도이다. 이들 항목은 고령운전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키는 내용들이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고령자들은 격분했다. “옛날 65세와 요즘 65세가 같냐? 건강한 고령층을 무시하는 자료이다” “60세 직장인인데,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 “우리도 세월가면 노인이 된다” 등과 같은 비판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65세 이상이 대부분인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제 굶으란 말이냐?”는 생계 걱정도 적지 않았다.

①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44% 증가” VS 펜앤, “고령운전자 증가수 감안하면 교통사고는 소폭 감소 추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은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을 통해 ‘비고령자의 교통사고는 감소하나, 고령운전자 사고는 오히려 증가세’라고 주장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 보고서에 제시된 도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비고령자의 교통사고는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20만 8972 건에서 '19년 19만 6361 건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44%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기간 교통사고는 '15년 2만 3063 건에서 '19년 3만 3239 건으로 늘어났다. 교통사고 증가 건수만 따지면 44%가 증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의 주장이 맞다.

[출처=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하지만 고령운전자의 인구수 증가는 이 표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통계왜곡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운전자는 2015년 229만4056 명에서 2019년 333만7165 명으로, 약 100만 명이 늘어났다. 100만 명이 늘어난 데 비해, 교통사고 건수의 증가분은 1만여건에 불과하다. 고령운전자 대비 교통사고 발생률은 1%에서 0.99%로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 고령운전자 1000명당 10명이 교통사고를 낸데 비해 2019년에는 1000명 당 9.9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찰청의 '2015년 고령운전자수와 2019년 고령운전자수'를 토대로 사고발생률과 치사율을 비교하면, 감소 추세임을 알 수 있다. <표=양준서 기자>

고령운전자 인구수의 증가분을 통계에서 누락시킴으로써, 고령운전자의 사고가 44%나 증가했다는 편견을 갖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고령운전자에 대해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고령층에 의한 실질적인 교통사건 위험성은 소폭감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대폭 증가추세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통계수치만 제시한 것은 고령층 전체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할 수 있는 통계 왜곡에 해당된다.

②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이 비고령자의 1.8배” VS 펜앤, “계산해보니 1.7배, 고령운전자 치사율이 비고령자보다 크게 감소”

[출처=연합뉴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의 두 번째 주장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은 2.9명으로, 비고령운전자 대비 1.8배’라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비고령운전자의 치사율은 1.7 명이다. 같은 기간 고령운전자의 치사율은 2.9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1.8배 높다는 것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의 주장이다.

여기에도 심각한 통계 조작과 왜곡이 드러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이 제시한 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치사율 전체 평균은 고령자가 2.9명이고 비고령자는 1.7명이다. 비례를 계산해 보면 1.7배이다. 70% 많은 것이다. 그런데 삼성화재 측은 1.8배라고 부풀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왜곡은 ‘고령자의 치사율이 비고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고령자의 치사율은 3.5이고 2019년에는 2.3으로, 1.2%P 감소했다. 이는 34.3%나 감소한 수치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비고령자의 치사율은 1.8에서 1.3으로, 0.5%P만 감소했다. 27.8% 감소해, 고령자의 감소율보다 떨어진다.

그런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이 제시한 표에는 이런 부분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고령자의 치사율이 80%나 높다는 사실만 강조한 것이다.

아무래도 고령자는 비고령자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지고, 사고를 낼 위험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비고령자에 비해 치사율이 일정 정도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고령자의 치사율이 증가한다면, 그것이 문제로 지적되어야 마땅하고 개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하지만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 치사율이 비고령자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 고령자 운전면허 제한의 필요성은 약화된다. 이로 인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보고서가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③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비고령운전자 대비 고령운전자의 중상‧사망자 위험성 크게 증가’ 주장 VS 펜앤, ‘장소에 따른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중상자 위험성 비교’로 수정돼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은 고령자의 교통사고 건수와 치사율이 비고령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63%나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또 다른 도표도 문제점을 갖고 있다.

[출처=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은 이 도표의 상단에 ‘비고령운전자 대비 고령운전자의 중상‧사망자 위험성 크게 증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운전면허소지자 100만 명당 운전장소별 사망‧중상자 수를 비교한 도표이다. 이 수치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누적합계라는 것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즉 일반국도, 지방도, 군도 같은 차로 수가 적고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중상이 97∼105% 더 많았고, 곡선부 내리막에서도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의 사망·중상자가 114% 더 많았다. 어떤 운전장소에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자료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에 의한 중상 및 사망 위험성이 증가하는 자료로 둔갑시킨 셈이다. 따라서 도표의 제목은 ‘장소에 따른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중상자 위험성 비교’로 수정돼야 한다.

보고서 작성한 조준환 연구원 “고령운전자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변경하는 게 바람직”

[출처=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의 주장에 따르면, 고령운전자 중에서도 80~84세가 가장 위험한 연령대로 파악됐다. 주요 항목별‧ 연령대별 운전자 10만 명당 사망‧ 중상자 비교를 살펴보면, 80~84세가 408로 가장 높고, 75~79세가 396으로 그 뒤를 잇고, 85~89세가 389, 70~74세가 380, 65~69세가 375, 60~64세가 332 순을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준환 수석연구원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현행 교통법규가 65세 이상을 고령운전자로 규정하고 있다. 기준이 70세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의 심각한 인명피해 정도를 고려할 때 해외 각국이 운영하는 '조건부 운전면허(Conditional driving license)' 또는 '한정 운전면허(Restricted driver license)'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조준한 수석연구원은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교통상황의 인지·판단·대응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안전운전 준수에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기보다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통수단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면허를 취소하는 것보다는 조건부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고령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반드시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운전자마다 운전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경찰과 의사 등 의견을 반영해 개인별 맞춤형 운전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와 치사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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