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칼럼]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헌법의 경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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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4.05 09:00:30
  • 최종수정 2018.04.05 20:38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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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확대는 재화의 가격을 제로로 만들어 시장경제를 파괴
소유권이 인정되는 경제자유는 시장경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우릴 이끈다
선한 의도로 정책이 만들어졌을지라도 그것이 경제자유를 침해해선 안돼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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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유+민주주의’다. 이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자유는 가치고, 민주주의는 자유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치체계다. 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고 했지만, 많은 반대로 인해 추진하지 못했다. 헌법조항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우파진영에서 자유 용어삭제에 그토록 반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헌법에 ‘자유’가 명시돼 있어도, 현 정부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방향을 제한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헌법에 있는 ‘자유’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기분이 든다.

자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경제자유’다. 경제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을 인정하고, 지켜주는 체제여야 한다. 그래서 경제자유는 구체적으로 소유권(property right) 보호로 표현된다. 소유권이 인정되는 경제자유는 자연스럽게 시장경제를 통해 활발하게 구체화된다. 비록 헌법에서 삭제하려는 ‘자유’를 지켰지만, 많은 정책은 경제자유와 소유권을 억압하고, 시장경제를 서서히 죽여 간다.

전년 대비 16.4%로 급증한 최저임금제로 정부는 타인보다 낮은 임금을 경쟁력으로 갖출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경제자유를 박탈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추가 근로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근로자의 경제자유를 박탈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도들의 도입취지는 모두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착한 용어로 포장돼 있다. 

지난달에 발표한 정부혁신을 위한 종합 추진계획은 사회적 가치를 통한 ‘공공성’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성 확대는 정부의 선한 행위를 확대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많은 재화를 공짜로 만드는 정책이다. 포퓰리즘 정책의 기본골격이기도 한다. 보육, 방송, 교통, 주택 등 많은 정책방향은 공공성이란 용어로 이미 포장돼 있다. 명절 동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공짜로 만드는 정책을 통해 공공성 확대정책의 실상을 보자. 통행료가 공짜가 됨으로써 교통 혼잡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고속도로 이용자 모두가 불편했다. 가치를 갖는 재화가 공짜가 되면, 그 재화는 낭비되고, 국민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준다. 공공성은 결국 모두를 위함이 아닌,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허구적인 착한 용어일 뿐이다.

건강보험의 공공성 확대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공공성 확대의 골격은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의료서비스가 공짜가 되면, 상상할 수 없는 수요가 새롭게 발생한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이러한 경제원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급증하는 의료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의사 진찰을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고, 결국은 일반 국민의 불편만 높아질 것이다. 

공공성 확대는 시장경제를 파괴한다. 공공성은 재화의 가격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 재화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므로, 정부의 자비만을 기다리는 불쌍한 국민으로 전락시킨다.  

토지 공개념도 공공성 확대를 위해서고, 개인의 소유권을 제한한다. 분명 시장을 통해 토지가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제한되면, 언제든지 정부는 시장경제를 규제할 수 있다.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는 취지 또한, 불평등 심화를 해결하기 위한다는 착한 의도로 포장돼 있다. 토지공개념을 앞세워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부동산의 가격은 더 올라간다. 공급이 한정돼 있는데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면, 그만큼 임대료는 높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의 정책 교훈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논리는 모두 아름다운 용어로 포장돼 있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확대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선한 취지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모두 선의로 포장돼 있다. 이들 정책은 선한 의도로 만들어졌으나, 모두 경제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다. 근로자의 경제자유를 침해함으로써, 최저임금 대상자들은 이미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추가근로가 막힘으로써 소득수준은 낮아진다. 공공성 확대는 시장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수준의 재화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경제자유를 박탈당하게 된다. 결국 국민은 정부에서 만들어 준 낮은 서비스로 불편을 겪을 것이다. 

헌법에서 삭제하려는 ‘자유’ 조항을 지켰다고 해서, 자유는 지켜지지 않는다. 자유는 그냥 추상적인 용어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경제자유를 지킬 수 있는 헌법적 근거다. 그러나 헌법의 자유가 지금처럼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다면 앞으로는 더욱 많은 경제자유가 침해될 것이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前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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