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 삼성 공격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각종 요구를 제시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3곳(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에 10억 달러(약 1조560억 원) 이상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4일 밝히며 최근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현대차그룹에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각 계열사의 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재무상태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 자본수익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더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2위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와 투자자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단순한 구조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외신들은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내용들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보다 정몽구 회장 가족에게 더 이익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보다 정 회장 가족에게 더 이익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엘리엇 측의 경영 간섭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지분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현대모비스에 대한 엘리엇의 적극 개입 가능성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놨고 지분 매입을 위해서는 현대모비스가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이자 핵심인데 엘리엇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 회장 부자가 사들여야 하는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낮추고, 매각 대금 '재원'이 될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엘리엇의 움직임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외국인투자자들은 대부분 각자 판단에 따라 입장을 결정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그런 주장이 나온다고 해도 모두 동조할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순자산 가치 기준에 따라 0.61 대 1로 결정됐다. 비상장 상태인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부문과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전문 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에 준거, 각각 본질가치와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됐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였던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이 이뤄졌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되자 2016년 삼성전자에 회사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을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작년 4월 49조3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2018년까지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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