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살아있다』, 나연준·여명·우성용·이순호·이옥남·이종원·주한규·허현준·김재원 지음, 글통 펴냄, 304쪽, 1만5000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살아있다? "모두 안녕"이란 인삿말을 남긴 뒤 백주대낮에 등산복을 입고 입산한 현직 서울시장의 찜찜한 최후가 떠올라 섬뜩하다는 반응부터 나온다. 이번에 출간된 『박원순은 살아있다 (흑서, 잃어버린 9년에 대한 서울시정 평가)』 (나연준·여명·우성용·이순호·이옥남·이종원·주한규·허현준·김재원 지음, 글통 펴냄, 304쪽, 1만5000원)는 그가 가고 남은 것들을 한번 제대로 결산해보자는 차원에서 쟁쟁한 집필진들이 의기투합해 빛을 보게 된 책이다. 

포장과 전시행정의 달인인 박 전 시장이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 사용한 사업 대부분은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이 책은 박 전 시장이 서울시에 남긴 폐해들을 주택, 도시재생, 토목건설, 고용노동, 여성청년, 에너지, 보건의료, 조직인사, 정무, 정책홍보 분야의 정책과 예산 등 10개 분야로 나눠 논한다. 

저자들은 서두에서 "박원순은 정확히 3,180일, 8년 7개월 동안 서울시장직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그의 대표적인 업적은 떠오르지 않는다"며 "정책과 예산, 인사 분야 등에서 포퓰리즘으로 유혹하거나, 좌파적 몽상의 실험 대상으로 삼거나, 뜻을 같이 하는 세력을 위한 정치적 진지 구축에 활용하거나, 코드 낙하산 인사를 남용하거나, 대권 행보를 위한 지지층 결속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평가한다. 

'주택: 공급억제가 집값 폭등의 주범'과 '토목건설: 멈춰버린 서울, 개발정책의 좌절'에서는 서울의 각종 인프라가 낙후되는 가운데서도 집값만 미친 듯 오르는 이유를 설명한다. 서울 집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박 전 시장은 취임 초기 "6~7년 뒤 아파트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는 국토부 공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족족 틀어막았다. 개발을 죄악시하는 박 전 시장의 좌파적 세계관이 메가시티 서울의 랜드마크급 개발사업과 교통 인프라 사업 등을 좌초시킨 사례들도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박 전 시장은 근대를, 근대화를 거부한 좌파지식인 중의 한사람이었다. 박 전 시장은 생전 가까운 지인에게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을 거론하며 "나는 조선시대 한양을 재현할 거라니까요"라고 말했다. 섬뜩한 발언이다. 

특히 세번째 챕터인 '도시재생: 서울을 망친 운동권의 복고주의'는 앞에 총론이 따로 있긴 하지만 또 다른 별개의 총론으로 읽힌다. 저자는 "문제는 도시재생 사업이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원형을 살리기 위해 박물관과 기념관이 들어서고, 낡은 거리에 벽화 정도를 그려 넣는다. 이는 '재생'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오늘의 낙후함을 전시하고 고착시키는 행위"라며 "지역의 낙후함과 빈한한 삶의 모습은 누구를 위한 '관광'이 된다. 이 같은 정서에 매료되는 사람이 어디 박원순 혼자였겠는가. 서울시에서 엘리트 운동권은 가난의 낭만에 젖어들 수 있다. 그러다 자신의 고급 아파트로 돌아가 잠에 들 것이다"고 꼬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운동권의 이율배반적 의식을 행정의 영역으로 옮겨온 인물이자 서울시를 좌파 시민단체들이 다 해먹는 디즈니랜드로 만든 인물이다.

계속해서 저자는 "2011년 박원순이 서울시로 입성한 이래,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도한 협동조합·사회적 기업은 별 생산성도 없는 마을공동체사업·도시농업·도시재생사업을 빙자해 서울시민의 혈세에 합법적으로 기생했다"며 "평소 그가 외쳤던 민관협치는 사실상 '민관협잡'"이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간다.

'고용노동: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숨겨진 채용비리'에서는 서울시 산하 정규직 노조가 박 전 시장의 방조 아래 지대추구에 몰두했으며 비정규직들이 '비정규직 철폐'라는 그들의 위선적인 구호 속에서 죽어간 실상을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를 통해 보여준다.

선명한 주장에는 풍부한 사례가 근거로 제시된다. 나머지 챕터들인 '여성청년: 누구를 위해 동원된 여성과 청년인가?', '에너지: 원전 하나 줄이기의 허구성', '보건의료: 민간의료 방해하는 선심행정', '조직인사: 직업 공무원, 행정의 조력자인가 피해자인가?', '정무: 좌파의 병참기지가 된 서울시', '정책홍보: 서울시정은 어떻게 Show가 되었나', '특별기고(김재원): 나락으로 떨어진 수도 서울의 품격'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재원 전 의원은 특별기고에서 "박원순은 지방정부를 좌파 시민단체의 생태계로 완성한 역사상 최초의 시장이었다"며 "그는 좌파진영의 수익모델을 제도화하여 서울시 산하단체와 풀뿌리 조직까지 이식했다. 좌파진영의 동종복제는 지속가능해졌다. 박원순이 심어놓은 좌파진영은 지금도 아메바식 동종 복제를 지속하고 있다"고 정리한다. 실제로 다른 지자체들도 박 전 시장의 서울시처럼 좌파 시민단체들이 동일한 구조로 잠식해버린 상태다. 극히 당파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지자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2011년 취임 이후 3선에 내리 성공한 최초의 서울시장 박원순. 박 전 시장은 2011년 11월 16일 온라인 취임식에서 시장 집무실을 직접 소개하며 "1946년 1대 시장 취임 이후 시장실 공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최초'를 강조한 박 전 시장은 마지막도 재임 중 극단적 선택이라는 '최초'의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워낙 드라마틱한 퇴장이라 설화만이 무성했을 뿐 정작 이번 책과 같이 중요한 결산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나연준 '제3의길' 편집인은 지난해 11월 12일 펜앤드마이크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박원순 10년'을 결산할 때다. 박원순의 서울시는 시민사회의 복마전이자, 좌파의 병참, 전근대로 회귀하려는 반동의 본영(本營)이다. 그러니 폭로하고 폭로하고, 또 폭로해야 한다. 반격의 효시(嚆矢)를 여기서 쏘아야 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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