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진 :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진 :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전쟁 판도를 바꿔줄 ‘게임 체인저’ 백신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접종중인 기존 백신의 단점들을 보완한 새로운 백신 두 종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거나, 대기중인 상태이다. 

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 [사진 :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 [사진 :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스트라제네카도 공급해준 SK바이오사이언스 없었다면?

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이 그것들이다. K방역 성과를 자랑하면서 두 손을 놓고 있다가 초기 백신 구매경쟁에서 무능을 드러냈던 문재인 정부가 이번 게임 체인저 백신 구매만큼은 발표한 대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강력한 게임 체인저 백신으로 꼽히는 노바백스를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문재인 정부에게 단기간에 계약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올해 한국인의 면역체계 형성 수준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방역당국과의 계약물량이 노바백스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공급 시기를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국에서 접종된 첫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한 물량에 대해 정부가 공급계약을 체결해 받아온 것이다. 백신구매 실패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정부의 체면치레를 해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게임 체인저 백신 구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때문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올해 상반기 백신 공급에서 중대한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사진 : AFP=연합뉴스]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사진 : AF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는 고령층 데이터 부족...화이자는 극저온 보관과 짧은 유통기한이 단점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2종류의 코로나 백신은 안정성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2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고령층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화이자는 영하 70~80도라는 극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점과 짧은 유통기한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리고 두 종류의 백신 모두 2회씩 접종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 두 가지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평가되는 존슨앤드존슨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이 미국 FDA에서 승인되었거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은 자회사 얀센이 생산하는 것으로, 얀센 백신이라고도 불린다. 

코로나19 분석하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사진 :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분석하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사진 :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FDA 긴급승인한 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은 화이자 단점 해결...1회 접종, 일반 냉장고 3개월 보관 가능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FDA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외부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전날 이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을 인정하고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했다.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현재 유통 중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2회 접종이 필수인 데 반해, 1회 접종으로 충분한 면역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강점이다. 극초저온(영하 70~80도) 냉동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과 달리 일반 냉장고에서 최소 3개월 보관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51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회 접종만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등장은 엄청난 소식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존슨앤드존슨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기대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존슨앤드존슨 백신 긴급사용 승인에 대해 “모든 미국인들에게 흥분되는 뉴스이며 이 위기를 끝내려는 우리의 노력에 고무적인 발전”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백신[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존슨앤드존슨 예방효과 66%는 변이 코로나 포함...화이자 등의 예방효과 90%대는 변이 출현 이전 수치

존슨앤드존슨 백신이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4만4천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예방효과는 66%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72%,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난 남아공에서는 64%의 효과를 각각 보여, 최저 기준인 50%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이자의 예방효과(95%)와 모더나의 예방효과(94.1%)에 비하면 낮기 때문에 대중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의학계 관계자는 “이들 2개 회사의 임상시험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이뤄졌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66%의 효과도 작은 수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화이자나 모더나보다 경미한 부작용을 보인다는 점과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FDA가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맞으면서 유명해졌다. 다른 백신들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은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존슨앤드존슨 백신 미국 내 배포는 이르면 오는 3월 1일부터 시작된다. 존슨앤드존슨은 올 3월까지 2000만회분, 올 여름까지 1억회분을 배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는 또 유럽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10억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두 번째 게임 체인저 노바백스는 FDA 긴급승인 앞둬...아스트라제네카 단점 해결

게임 체인저로 기대되는 두 번째 백신은 노바백스이다. 노바백스 역시 존슨앤드존슨 백신에 이어 미국에서 4번째로 긴급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내구성이 튼튼하고, 보관이 용이하며,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인플루엔자나 B형간염 예방접종 등에 사용된 전통적인 합성항원 방식을 활용했다. 실제 바이러스 대신 코로나19의 외부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의 합성 버전을 활용한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해 바이러스의 일부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백신을 접종하면 체내에 들어와 항원 단백질이 형성된다. 

이에 비해, 노바백스의 경우 이미 단백질을 합성시킨 후 주입한다. 따라서 생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플루엔자나 B형간염 등 이미 기존 백신에 적용됐던 방식이라 안정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이 백신을 주목하는 이유는 ‘고령층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영국에서 18∼84세 성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평균 89.3%의 예방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수치이다. 

게다가 시험 참여자의 27%가량이 65세 이상이라는 점이 알려졌다. 65세 이상의 고령층에 접종이 제한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단점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샘플.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RDIF 제공]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샘플.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RDIF 제공] (사진=연합뉴스)

2~8도에서 2~3년 유통가능한 노바백스, 변이 코로나 포함해도 예방효과 89%

노바백스가 고령층에 효과가 있다는 점 외에도, 2∼8도에서 보관·유통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2∼3년으로 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화이자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신기술을 활용하는데, mRNA 구조는 깨지기 쉬워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80도에서 6개월까지만 보관이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16일 노바백스와 2000만 명분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계약한 5종의 백신 중에서 노바백스가 최대 물량으로 꼽힌다. 

노바백스는 오는 4월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3상 결과 발표 후, 5월 또는 6월부터 전 세계에 매달 1억5000만 도스 이상의 백신을 생산 및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바백스는 대량생산 시설이 부족한데다, 경영 위기로 2019년 제조공장 일부를 처분했다. 따라서 대량생산 가능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사진: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사진: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노바백스 2천만 명분 조기공급이 면역체계 형성의 승부처

정부는 이들 게임체인저 백신 구매계약을 이미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600만 명분을 계약한 상태이다. 정확한 도입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2분기에 도입된다는 관측만 있다. 현재 접종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이후 공급될 백신의 일정이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7일 존슨앤드존슨 산하 얀센이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발표해, 조만간 공급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식약처는 검증자문단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 '3중' 조언을 받아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 뒤, 얀센 백신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공급 계약을 맺은 노바백스는 모두 국내에서 위탁 생산된다는 점에서 공급 우려는 접어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0년 8월 공급 협력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적으로 생산 및 공급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기술 이전으로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만큼 백신 물량 확보가 쉬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안정적인 수급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로써 총 7900만 명분 백신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 및 노바백스 백신이 2분기에 공급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게임 체인저 백신들이 적기에 공급돼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먼저 승리하는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단기간 내에 노바백스 물량 2천만 명분을 공급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올해 한국인의 코로나 면역체계 형성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사진 :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연합뉴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사진 :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연합뉴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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