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시니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연합뉴스 제공)

 

작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사망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의료진 3명이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45)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교수 등 3명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다만 6년차 간호사인 B씨에 대해선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교수 등 4명은 전날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들은 신생아중환자실 내 이뤄진 의료행위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해 신생아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조 교수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을 구속해서 수사하는 이례적인 일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크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제40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도 이날 즉각적으로 경찰의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도 인수위와 별도로 성명서를 내며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며, 이번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를 승인한 조치가 향후 의료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의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묵묵히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단지 몇 명의 의료진을 처벌하면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적정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야기했고 공공의료조차 대부분의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한 것이 이번 신생아 참사를 야기한 공범"이라며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의료 인력 부족을 지속적으로 의료계에서는 호소했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도록 강제한 병원장과 재단 이사장이 진짜 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인수위도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끝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우리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법원은 이번 결정이 법에서 정하는 구속 요건에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사건이 발생한지 100여일이 지났고 수사도 종결되는 시점인데도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의협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명을 구속한 것은 시스템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의 책임을 실무진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의 진료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이번 의료진 구속은 법리적으로도 신생아들의 사망원인이나 어떠한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와 범죄에 대한 물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이번 수사에 대해 문제의 본질은 덮어둔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찰도 정부도 침묵하고 있지만 이 죽음의 책임은 그동안 병원들의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를 방조하고 부추겨 온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순차적으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질주사제 준비 과정의 오염(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 원인을 추정했다.

한편,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은 지난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남부지법 앞에서 경찰의 부당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수사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최 당선인은 "이대목동병원 교수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죄형법정주의 대원칙과 법률명확성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의료진에 대한 마녀사냥을 당장 멈출 것을 촉구한다"며 "선의에 기반한 의료행위를 구속으로 책임 전가하려는 검찰과 경찰을 강력 규탄하고 대한민국 의사와 의료를 말살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최 당선인은 "24시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한 의료인에게 주사액의 성분 변질이나 관리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고 "병원장, 재단 이사장, 학교 법인은 왜 입건, 구속하지 않느냐"며 "신생아 사망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연 교수 2명이 의도적으로 감염을 일으켜 환자를 죽게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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