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안철수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차)에 나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금태섭-안철수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차)에 나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열린 ‘제3지대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토론회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18일 1차 TV토론회에서 퀴어(성소수자) 축제에 반대할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안철수 대표는 2차 토론회에서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 중국정부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에 나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에 나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수영 국민의당 공보단장, “미세먼지는 안 대표가 정한 토론 주제”

한반도 미세먼지 대란의 원인이 중국의 무분별한 산업화에 있다는 어젠다는 퀴어축제 반대만큼 보수표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및 북한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자세 외교를 고수하고 있는 탓이다.  

최수영 국민의당 공보단장은 28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주도권 토론의 4가지 주제는 양측에서 각각 2개씩 정했다”면서 “우리는 미세먼지와 성장동력을, 금태섭 전 의원측은 수도권 협력과 권력형 성범죄를 각각 주도권 토론 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토론회가 끝난 후 안 대표가 미세먼지를 주도권 토론 주제로 삼은 것은 ‘절묘한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안 대표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 심각, 현 정부의 대 중국 저자세가 문제” 직격탄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미세먼지는 안 대표가 주도하게 됐다. 안 대표는 2018년 서울환경연합의 데이터를 들며 서울 지하철 역사의 미세먼지가 심각함을 거론했다. 그는 “개인들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대 중국 외교를 통해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현재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노후차량의 미세먼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겠지만,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중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현 정부의 대 중국 저자세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안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금 전 의원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작년에는 미세먼지가 많이 개선됐다. 중국에 몇 마디 해서 중국이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중국에 강한 메시지를 낸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고 안 대표의 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제인 ‘권력형 성범죄’로 황급히 넘어갔다.

제3지대 후보가 보수성향 표심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 전 의원은 이 대목에서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대다수 국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울시장이 혼자 중국에 항의하는 것이 어렵다면, 정부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것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금 전 의원은 지레 해결불가임을 내세웠다. 금 전 의원의 이러한 자세에 대해 ‘대 중국 저자세의 원조인 민주당 출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 대표의 ‘중국 항의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모두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 중국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는 한국이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풀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외교에서는 환경문제를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가져 가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左),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대선공약 어긴 문 대통령, 수차례 한중정상회담서 미세먼지 언급 없어 

문 후보는 “미세먼지 대책을 한중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키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수차례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한반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국측 노력을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외교는 고사하고 한중외교부 간 실무접촉에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력방안은 논의된 적이 없다. 

오히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반도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중국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가끔씩 이 같은 발언을 흘렸지만, 한국 외교부가 항의했다는 소식은 보도된 바가 없다. 

따라서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을 묻는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본선에서도 표심을 가르는 중대 이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혹은 우상호 후보가 중국 책임론을 당당하게 제기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선제공격한 안 대표, 본선 득표력 강한 이슈 선점

야권의 한 관계자는 “소위 86운동권 세대가 주축이 된 현재 여당세력은 태생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 거론과 중국에 대한 정책적 항의 등을 금기시해왔다”면서 “박영선과 우상호 중 누가 후보가 되도 중국에 대해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 문제는 무조건 보수 후보에게 유리한 정책 이슈”라면서 “안 대표가 2차 TV토론회에서 득표력이 강한 이슈를 선점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021.02.28(사진=연합뉴스TV)

급이 맞지 않는 금 전 의원과의 토론회도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준비

이번 토론회 개최 자체가 안 대표의 변신을 의미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사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간 후보단일화 토론회는 처음부터 안 대표에게는 별 이로울 게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치권에서는 ‘체급이 맞지 않는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와 토론회를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체급을 안 대표와 동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남는 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잘못하다간 오히려 잃을 게 있다는 점에서 꺼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안 대표는 토론회 준비에 더 적극적이었다. TV토론을 한 번만 하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10일 선관위는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에게 각각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토론회는 한 번만 하라’는 안내를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 TV토론회를 1회만 했다’는 것을 근거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었다. 그래서 양측은 18일 채널A에서의 1회 토론으로 합의했다. 

그와 동시에 국민의당에서는 방송토론 개최와 관련한 질의서를 선관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와의 TV토론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 했던 금 전 의원측이 아니라, TV토론을 꺼릴 것이라 여겨졌던 안 대표측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2차 토론과 관련한 질의서를 선관위에 보낸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선관위에 질문을 하는 적극적인 방식 대신, TV토론회가 무산된 것으로 여겨졌던 14일, 기자들에게 ‘TV토론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토론 무산의 원인이 안 대표에게 있는 듯한 분위기를 내비쳤다. 

최수영 국민의당 공보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15일 선관위에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22일에서야 받았다. ‘각각의 단일화 과정에서 정당이 개최하는 후보 단일화 토론회를 1회 중계방송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며 “따라서 2차 토론은 유튜브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론을 피하려고 한다는 금 전 의원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 토론을 진행하게 되었다. 또 캐주얼한 차림의 토론으로 젊은이들에게도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다”며 유튜브 토론 진행의 배경을 밝혔다.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토론회.2021.02.28(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지율 높은 안 대표가 금 전 의원보다 토론회 준비 많이 한 인상 풍겨

TV토론회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후보자의 공약이나 내용도 평가하지만, 토론에 임하는 후보자의 태도도 관심있게 지켜본다. 1차 토론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2차 토론에서 금 전 의원은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토론 내내 가져온 자료를 보면서 읽기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에 반해 안 대표는 시종 일관 진지하고 정중한 태도로 토론에 임했다. 가끔 자료를 참고할 뿐,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안정된 자세로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이전에 비해 훨씬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였다. 

제3지대 단일후보는 100% 여론조사 방식 통해 3월 1일 발표

안 대표는 1차 토론에 비해 2차 토론에서는 좀더 주도적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준비를 많이 한 결과로 풀이된다. 1차에서는 금 전 의원이 주로 공격하고 안 대표는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과는 한층 달라진 태도였다. 2차 토론에서는 금 전 의원의 질문에 안 대표가 대답을 하면서, 다시 한번 금 전 의원에게 질문을 하는 등, 순발력이 많이 보강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편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간의 제3지대 후보 단일화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 양측은 3월 1일에 후보단일화 내용을 발표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경쟁력’을 묻는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처음 토론회를 진행할 당시 방송사와 토론 방식 등 양측이 선호하는 방식에서 잡음이 일었던 사정에 비하면, 단일화 방식은 깔끔하게 정리된 듯 보인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왼쪽)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1.2.18 [국회사진기자단](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왼쪽)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1.2.18 [국회사진기자단](사진=연합뉴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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