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예선에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와 딸'을 선곡해 참가한 양지은.
마스터 예선에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와 딸'을 선곡해 참가한 양지은. (사진=TV조선 캡처)

TV조선의 미스트롯2 결승전 1라운드에서 양지은이 파란을 일으키며 1등을 차지한 것은 전적으로 ‘실시간 문자투표’의 힘이었다. 순위는 3가지 점수를 종합해서 가려졌다. 11명의 대중문화 종사자로 구성된 마스터점수, 지난 8주간 진행된 대국민 응원투표, 25일 생방송된 1라운드 경연을 본 시청자들이 참여한 ‘실시간 문자투표’ 등이다.

2천만표 넘는 대국민응원투표, 실시간문자는 182만 참여...순위 결정력은 실시간문자가 8배 커

7명의 결승 참가자 간의 결정적인 점수 격차는 실시간 문자투표에서 벌어졌다. 대국민 응원투표와 마스터점수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대격차 즉, 1위와 7위 간의 점수 격차를 따져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스터 점수의 최대격차는 77점에 불과하다. 2000만표가 넘는 대국민 응원투표 점수의 최대 격차도 90점에 불과하다.

반면에 실시간 문자투표의 최대격차는 무려 709점이다. 이로 인해 마스터점수 2등이었던 별사랑은 7등으로 추락했고, 마스터점수 5등이었던 양지은이 1위로 비상했다.

마스터 점수의 격차는 마스터들이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국민 응원투표와 실시간 문자투표점수 반영방식은 TV조선이 결정한 것이다. 응원투표 참여자는 문자투표 참여자의 10배 이상이다. 당연히 응원투표의 영향력을 10배 이상 높이는 게 상식적인 공정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은 역선택을 했다. 응원투표에 비해 참여자 수가 10분의 1에 불과한 문자투표의 결정력을 극대화했다. 응원투표의 최대격차가 90점에 그친 데 비해 문자투표의 최대격차는 709점에 달했다. 문자투표의 영향력이 8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대국민응원투표와 실시간 문자투표 점수 산정 방식 전혀 달라

TV조선은 응원투표와 문자투표의 반영방식에 이중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이 같은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했다.

1월 1일부터 2월 24일 자정까지 8주간 실시된 대국민 응원투표의 총 투표는 2715만 8693표로 집계됐다. 그런데 최종 결승전에 오른 7명의 참가자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참가자는 홍지윤이었다. 전체 투표의 9.06%를 획득해서 만점인 1200점을 받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양지은, 김의영, 김다현, 김태연, 은가은, 별사랑 순으로 대국민투표에서 지지를 받은 순서가 밝혀졌다. 그에 따라 15점 간격으로 점수가 주어졌다. 1185, 1160점 등 마지막 별사랑은 1110점을 받았다.

결승 1라운드에서는 대국민응원투표 점수, 
마스터점수, 실시간 문자 점수를 합해 순위를 가렸다. 실시간 문자 점수와 총점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실시간 문자 점수가 순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표= 양준서 기자)

응원투표는 득표수 차이와 무관하게 등수별로 15점 격차 부여

각 참가자가 받은 응원투표의 숫자와 상관없이 무조건 기계적으로 등수별 15점의 격차가 부여됐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국민응원투표’에서 1위의 지지를 받았던 전유진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1월1 일부터 본선 1차가 시작된 이래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전유진이 탈락함에 따라, 9.06%의 지지에 그친 홍지윤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결승전 진출자 7명이 받은 대국민응원투표는 전체의 48.62%에 불과했다. 전유진을 비롯해 탈락한 참가자들이 받은 투표가 51.38%로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행자는 이 부분을 아주 친절하고도 길게 설명했다.

실시간 문자투표는 득표비율을 반영해 점수 산정, 격차 극대화

이렇게 기계적인 차이를 부여한 대국민응원투표와 달리 ‘실시간 문자’ 점수는 다른 모든 점수를 무력화시키는 변수로 자리잡았다. 결승전 1라운드가 방송되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이 지지하는 참가자에게 실시간으로 문자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다. 보다 많은 시청자의 뜻을 반영하려는 의지로 풀이됐다. 게다가 실시간 문자 투표 수익금은 ‘사랑의 열매’에 전액 기부된다는 점에서 좋은 행보로 여겨졌다.

일부 마스터들의 점수로만 결승전 우승자가 결정되지 않고, 많은 시청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시간 문자 점수가 반영되는 방식에서는 비판을 받았다.

실시간 문자는 총 218만 4115표가 들어왔지만, 그 중에서 참가자의 이름이나 기호를 제대로 적은 유효 문자는 182만 431표로 집계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문자를 받은 참가자는 양지은이었다. 182만 431표 중에서 37만 6583표로 전체의 20.68%를 차지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의 문자 점수는 37만 6583표를 기준으로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점수가 결정됐다. 예를 들어 문자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홍지윤의 경우, 356,392표를 받아 1041.02점을 받았다.

양지은, 홍지윤을 남겨두고 사회자가 결승 1라운드 최종 1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TV 조선 캡처)
양지은, 홍지윤을 남겨두고 사회자가 결승 1라운드 최종 1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준결승도 못간 전유진이 압도적 1위였던 대국민 응원투표 반영비율은 최소화

그런 식으로 최하위 문자를 받은 별사랑의 점수는 390.96점이 주어졌다. 1등인 양지은의 1100점에 비하면 무려 709.04점이나 낮은 점수였다. 별사랑은 1라운드 마스터 점수로만 따지면 1060점을 받아 2위였다. 그런데 문자점수까지 포함하면 1라운드 총점에서 2560.96점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대중가요를 즐기는 대중들이 보낸 지지도를 탓하는 게 아니다.

8주간이나 지속된 대국민응원투표는 15점 차이를 부여해,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90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방송 당일 시청자들이 보낸 문자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은 너무나 큰 격차를 만들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TV조선의 이런 행태에 대해 크게 비난했다. “전유진을 탈락시키고 나니, 대국민응원투표 점수를 어떻게 부여할지 당황스러웠나보다” “이럴 거면 대국민응원투표를 뭐하러 8주씩 했느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TV조선의 이런 행태를 비난한 한 시청자는 “대국민응원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전유진을 탈락시키고나서, 실시간문자 방식으로 대국민응원투표의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니, 이런 편법으로 점수를 매기게 된 것 같다”며 “8주 동안 지지하는 참가자에게 보낸 시청자들의 노력과 응원은 무의미해졌다”고 비판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실시간 문자 방식으로 대국민응원투표의 점수를 반영하게 되면, 어떻게 하든지 전유진이 결승전에서 1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미리 탈락시킨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국민응원투표와 실시간문자 접수 집계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학생인 전유진이 1등을 차지하게 되면, 지금의 미스터트롯 4인방처럼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온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초중고 학생들의 참가를 막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결승전 1라운드에서 미성년자인 김다현과 김태연은 방송이 끝나기 전에 미리 귀가를 했고, 그 자리는 사진이 대신하는 어설픈 광경이 연출되었다.

다음주는 결승전 2라운드가 진행된다. 실시간 문자 점수는 1라운드의 1100점보다 더 높아진 1500점이 만점으로 주어진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는지에 따라 ‘미스트롯 진’의 영광을 거머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유진 양의 탈락에 불만을 표출한 일부 시청자들의 시청 거부 소동에도 불구, 미스트롯2는 여전한 인기를 얻었다. 25일 밤 10시에 방송된 ‘미스트롯2’ 11회분은 최고 시청률 34.7%, 전체 32.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를 또 다시 갈아치우며 10주 연속 지상파-비지상파 포함 전 채널 주간 예능 1위라는 대기록을 보여줬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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