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26일 열리는 제 60회 정기총회에서 허창수 현 회장을 제 38대 전경련 회장으로 다시 추대키로 했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끈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이에따라 6회 연속 전경련을 이끌면서 역대 최장수 회장으로 일하게 됐다.

허창수 회장의 최장수 연임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전경련이 적폐로 규정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모두 전경련을 떠나면서 전경련 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초래된 고육지책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않고 소신과 의리를 지키는 허창수 회장의 뚝심이 빛나는 대목이다.

현 정권의 반(反)대기업, 반(反)재벌 정서와 정책이 재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최태원 SK 회장을 중심으로 친문코드 바람이 일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23일 4대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 그동안 재계 10위권 이내 기업과 총수들은 거의 대부분 전경련 위주로 활동해왔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다음달 24일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그는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직책을 맡았다”면서 “힘을 다해서 경제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최 회장이 이날 이날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IT업계 기업인들을 대거 끌어들인 점이다. 이와함께 스타트업, 금융 기업들도 회장단에 새롭게 합류했다.

대부분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대학에 입학한 이들은 연령대와 인맥, 업종의 특성상 기존 재계 오너들과 달리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당장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화두로 제시하고 있는 ‘ESG 경영’(환경Environment·사회 Social·지배구조 Governance)이라는 구호를 봐도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과 닿아있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이같은 친문코드 기업과 기업인들이 여권과 보조를 맞추면서 재계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런 움직임을 두고 문재인 정권이 근본적으로 반기업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이 정권이 검찰을 견제하기 공수처를 만든 것처럼 재계발 공수처가 생긴 것 아니냐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 기업규제3법, 노조법, 중대재해법 등에 대해 친문코드 기업과 경제단체라고 해서 정부와 얼마나 보조를 맞출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과 정서가 비슷한 IT 물류기업 쿠팡이 국내에서의 중첩규제를 피해 미국 증시에 상장키로 한 것도 이런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이와관련,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 재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현 정부의 검찰개혁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여권과 코드를 맞춰 생존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재계 1 2 4위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 LG그룹과 오너들이 SK 및 최태원 회장과 소원한 관계라는 것도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한 재계의 친문코드화에 부정적인 요소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자주 골프를 함께 할 정도로 친하지만 최태원 회장과는 나이차 등의 문제로 가깝지 않은 사이다. LG와 구광모 회장쪽도 오래간 지속돼온 통신분야 등의 경쟁에 배터리 소송의 여파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함께 현재 수감중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과 석방문제도 최태원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창업주에서 3,4세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재계에서 맏형 리더십을 자처하고 나선 최태원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