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기 日 정부 대신해 '일본군 위안부' 원고들에게 배상금 대신 지급하는 방안
日 정부 수용의사 밝혔다는 소식 전해져...한일관계 파탄 막을 마지막 수단
일본 정부의 직접 사과와 배상 요구해온 원고 측, '대위변제안' 수용할지는 알 수 없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원고 12명에게 법원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 한일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의 전언을 인용한 동아일보는 해당 소식통이 “외교부가 최근 일본 측과 적극 접촉하면서 관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는 ‘대위변제안’에 대해서는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대위변제’란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에게 변제해 줌으로써 구상권을 취득하고 채권자의 채권을 넘겨받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한국 정부와 기업 등이 기금을 조성하는 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故) 배춘희 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주장하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 12명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은 지난 1월8일 “반(反)인도적 행위에까지 국가 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즉각 이의를 제기하며 한국 법원의 해당 판결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시정(是正)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그간 ‘피해자중심주의’를 내세우며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는 식의 입장을 유지해 온 문재인 대통령은 ‘곤혹스럽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新年) 기자회견에서 해당 판결과 관련한 기자의질문에 문 대통령은 “강제집행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양국 관계에 있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기 전에)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 한일 양국 간에 이뤄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양국 정부 간 공식적 합의”라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원고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원고들은 일본 정부의 국내 자산을 압류해 강제 매각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하지만 ‘대위변제안’이 실현될 경우 일본 정부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최악의 경우에까지 이르지 않게 된다. 유사 소송 사례에서 일본 정부는 그간 ‘현금화’를 한일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정해온 만큼, ‘현금화’가 실현될 경우 한일관계의 파탄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한편,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선(先) 지급한 뒤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일본 측이 여기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원고 측의 ‘대위변제안’ 수용 여부 역시 미지수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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