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 증언 “2017년 북한 방문해 김정은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 전달했다”
“정의용,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만남에 대해 ‘좋다’고 하자 의자에서 떨어질 만큼 놀라”

2017년 12월 제프리 펠트먼 당시 유엔 사무차장이 평양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났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의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VOA).
2017년 12월 제프리 펠트먼 당시 유엔 사무차장이 평양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났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 의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VOA).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2017년 김정은과 사상 첫 정상회담을 제안한 장본인이었다고 제프리 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이 밝혔다.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제프리 펠트먼 전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지난 2017년 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세계와 맞서다’는 제목의 3부작 다큐멘터리 마지막 편을 예고하면서 페트먼 전 사무차장의 증언을 소개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2017년 12월 5일부터 9일까지 북한의 초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리용호 당시 외무상과 박명국 부상을 만났다.

그는 방북 직후인 12월 12일 유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논의가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문을 열어 두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협상을 통한 해결로의 문이 더 크게 열릴 것을 열렬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시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는 등 미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때였다.

BBC는 북한이 펠트먼 전 사무차장을 초정했을 때 미 국무부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몇 주 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백악관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그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엇이 가능할지, 얼마나 위험한지, 군사적 대응의 가능성은 얼마나 높은지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펠트먼이 평양으로 와 정책 대화를 이끌라는 묘한 초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테흐스 사무총장 쪽으로 몸을 기울여 ”펠트먼은 평양으로 가서 내가 김정은과 마주 앉겠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이 평양에서 리용호 외무상을 단독으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자 리 외무상은 약간의 침묵 뒤 “당신을 믿지 않는다. 왜 믿어야 하다”고 물었다.

이에 펠트먼 전 사무차장은 “나를 믿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며 “유엔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맡았고 내가 그 전달자”라고 했다.

BBC는 김정은이 수개월 뒤 한국에 미국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됐다고 밝혔고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으로 급하게 날아가 이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었던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BBC에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만남에 대해 ‘좋다’고 하자 정 실장이 의자에서 떨어질 만큼 놀랐다”며 “미국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펠트먼 전 사무차장이 북한을 방문한 지 반 년만인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한편 BBC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에어포스 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BBC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기차를 타고 여러 날에 걸쳐 중국을 지나 하노이까지 온 것을 알고 있었고 ‘원하면 2시간 만에 집에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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