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남구준 초대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추진중인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 분산이라는 명분하에 검찰은 무력화 시키는 대신 경찰에 강력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경찰은 전국적인 조직과 인력, 지구대와 파출소를 통해 골목골목의 동향까지 손바닥에 놓고보는 막강한 정보력을 기반으로 한 거대 공룡수사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찰청은 22일 이런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게 될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에 남구준 경남경찰청장(54·치안감)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부터 국가수사본부장에 외부공모 절차를 진행했지만 결국 경찰 내부인사를 선택한 것이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뿐만 아니라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경찰과 함께 18개 시·도경찰청장을 총괄 지휘하는 등 책임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며 김창룡 경찰청장은 개정 경찰법의 취지, 위원회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경찰의 책임 수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검토해 내부에서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 치안감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마산중앙고, 경찰대(5)를 졸업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장을 맡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으로 있으며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사건 수사를 지휘한 경찰 내 수사통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 치안감은 20188월부터 1년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친문경찰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검찰,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식겁한 이 정권이 경찰에 부여한 수사권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검찰의 경우 현직 검사는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할 경우 사표를 내야하고 검찰에 복귀하는 길 또한 원천봉쇄돼 있다.

그런데도 이제 검찰보다 더 강력한 수사권을 행사할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정치적 중립이라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제거한 것이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금지 및 검찰복귀 불가는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야당시절 만든 장치다.

이에대해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초대 경찰수사 사령탑에 청와대 청와대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앞으로 경찰수사에서 현 정권과의 코드를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초 출범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국가수사본부장 경력 경쟁 채용 시험 계획을 공고했고 서류 접수 결과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이정렬 전 부장판사 등 5명이 지원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장이 1명을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2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의 수사에 한해서만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했던 것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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