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신사’다.

‘샛길을 찾지 않는 정도(正道)경영’, 가지런한 치아, 하얀 피부, 단정한 차림, 선하면서도 조선시대 선비같은 외모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허창수 회장에게 붙여진 또다른 별명은 '소신과 의리의 기업인‘이다.

문 정권이 전경련을 ’적폐‘로 취급,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자 이에따라 삼성 현대차 등 재벌그룹들이 허겁지겁 전경련을 떠나는 와중에서도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전경련을 지키며 정부의 반기업 정책에 쓴소리를 마다 않는 등 소신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오는 24일 이사회, 26일 회원 총회를 거쳐 허 회장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제38대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허 회장의 임기 만료는 이달까지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처음 33대 회장에 추대된 후 37대까지 4연임하며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맡아왔다. 전경련 회장은 임기가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다. 반면 대한상의 회장은 임기 3년에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7년 임기가 만료됐을 당시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 연임하면서 총 10년간 회장직을 맡아왔다.

이에따라 허 회장은 고 김용완 경방 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역대 최장수 회장이 됐다.

그동안 허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 마다 전경련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후임자로 만들기 위해 힘을 써 왔지만 김 회장이 나서지 않아 허 회장이 임기를 연장해왔다. 김 회장은 이번에도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허 회장이 5번째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박근혜 전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소위 ’국정농단 의혹‘에서 정경유착의 통로로 지목됨으로써 1961년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집권 세력이 전경련을 해체대상으로 여기면서 대통령의 재계 행사나 해외순방에도 전경련 회장을 부르지 않는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이런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전경련을 탈퇴하는 바람에 절반 까까운 직원을 구조조정 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사실, GS그룹만 생각하면 전경련 회장직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회장은 아무도 나서지 않는 전경련 회장으로서 반기업 정서에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책이 난무하는 가운데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허창수 회장이 자신을 희생해서 회장을 맡아주지 않았으면 전경련은 이미 해체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GS그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선비같은 그의 품성, 지조와 책임감, 희생정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오늘날 한국을 둘러싼 상황이 조선말 개화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진단, 구한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놓인 조선의 운명을 걱정하던 선비를 연상케 했다.

허 회장은 “경제와 안보 모든 면에서 많은 지성의 혜안은 물론, 이럴 때일수록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1인당 GDP 79달러의 작은 나라가 오늘날 3만달러 국가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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