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는, 쭉정이들만 남았습니다."
"정권 임기 말기니까 갈 사람은 이미 다 빠져나간 거죠."
필자는 최근 청와대 주요 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를 서울 서초구에서 만났는데, 그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기자에게 귀띔했다. 한마디로,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대통령은 '절름발이 오리(Lame duck)'나 다름없다는 뜻으로 통한다.
이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종료까지 40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권력 누수 현상'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를 막기에는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심 권력층의 유력 인사들은 모두 빠져나갔다는 의미로, 문재인 식(式) 정책 동력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17일부터 '내부 갈등'에 휩싸여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 중인 '검찰개혁'이 신현수 민정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를 통해 내홍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이런 내홍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을 감추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즉각 "당정청 내 이견은 절제돼 알려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400일 남짓 남았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나타나는 '권력 누수 현상'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문재인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
청와대 내부 상황은 어떨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7일 벌어진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에 대해 기자들에게 "검찰 인사 4명이 났는데,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다"며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께서 만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공식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드러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민정수석과의 불통은 곧 '패싱 인사 논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잡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 다음날인 지난 8일 '윤 총장 요구도 일부 수용했다'고 반박했지만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조국·추미애 前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가 옮아간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레임덕 상황에서도 검찰개혁을 놓지 않으려는 것일까. 역대 어느 정권이든 검찰의 향배에 따라 부침(浮沈)을 함께 했다. 즉, 검찰 권력을 놓치면 문재인 정권도 '끝장난다'라는 잠정 결론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미 각종 권력형 비리가 누적된데다 추미애 前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초유의 수사지휘권을 두번씩이나 발동해 검찰의 수사 독립성을 해쳤다. '옵티머스·라임 사태'에 이어 이번엔 '탈원전 수사'에 이어 '북한 원전 추진 의혹 사태'까지 겹쳤다.
문제가 된 검찰 인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울남부지검장 행이다. 특히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남부지검에 추미애 라인으로 알려진 그가 지검장으로 가면서 관가에는 각종 뒷말이 난무했고, 결국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로 표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에서 검찰개혁을 다룰 수 있는 '실무 권력층'이 대거 이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 20일, 청와대의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출입기자들에게 "검찰 인사 과정과 관련한 근거없는 추측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유감이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당대표가 이를 급히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의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제3차 민생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생' 관련 회의에서 이같은 의견을 밝힌 것이다. 다음날인 19일, 민주당에서는 "정권이 마지막 연차일 때 공직사회 기강이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일이 없도록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편,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민정수석은 지난 18일 휴가원을 제출했다. 이번 주말 이후, 그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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