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0년간 ‘수시 확대’ 외치다 갑자기 ‘정시 확대’ 주문
고3‧고2‧고1‧중3이 치러야 할 대입 제도 모두 달라
교육계 “대입 정책, 예측가능성 중요한데…” 당혹감 감추지 못해

교육부가 해마다 대학 입시 기조를 바꾸는 탓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까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10년 가까이 유지해온 ‘수시 확대’ 기조를 갑작스럽게 바꿔 각 대학에 “정시 인원을 확대하라”는 주문을 넣었다.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현재 고2가 치르는 2020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는 마감날(3월30일)을 며칠 앞두고 서울 주요 10개 대학에 “정시 전형 비율을 확대해달라”고 했다.

다수의 대학은 “당황스럽다”면서도 교육부의 주문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강대(20.2%→24.2%)와 성균관대(19.8%→23.5~24.5%), 연세대(29.5%→33.1%), 중앙대(24.2%), 한국외국어대(34.8%), 한양대(30.3%) 등이 정시 전형 비율 확대를 검토 중이거나 확정했다. 서울대는 21.5%인 현행 정시 전형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갑작스럽게 ‘수사 확대’를 요청한 것은 최근 급속도로 높아진 수시 전형의 공정성을 두고 비판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수시 확대 방침에 따라 4년제 대학 수시 선발 인원은 2010학년도 58.8%에서 2019학년도 입시에선 76.2%까지 높아졌다. 교육부는 지난 2008년 수시 전형의 하나로 입학사정관 전형(현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 확대도 유도해 왔다. 하지만 학종은 과정이 불투명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샀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등 10여개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올해 초부터 “정시를 확대하라”는 운동을 벌여 왔다.

교육부의 ‘정시 확대’ 주문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수능 절대 평가 확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수능을 절대 평가하면 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정시를 줄여야 하는데, 수능 절대 평가를 확대하는 동시에 정시를 늘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정시 확대 요청’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무 실장인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지난 2일 기자 브리핑에서 “이대로라면 수시와 정시 비율이 9대 1까지 갈 것 같아 그랬다”고만 밝혔다.

교육부의 이같은 예측불허 대입 정책에 속이 타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다. 실제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거쳐야 하는 입시 관문은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현행 고3은 지금까지의 ‘수시확대’ 기조에 따라 2019학년도 입시를 치른다. 하지만 고2는 ‘정시 확대’ 방침으로 정시 선발 인원이 갑자기 확대된다. 고1은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으로 수능 범위가 바뀌고, ‘수시‧정시 비중’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3 학생들에게는 ‘수능 절대평가 확대’에 학생부 기재 방식, 내신 변화 등 대대적인 입시 개편이 예고돼 있다. 학생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매년 실험을 하는 것이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현직 교사는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하는 입장에서도 애가 타는데, 당사자들은 어떻겠냐”며 “더 공정한 대입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 아니겠나”고 토로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