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 보고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 보고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장으로 발탁된 박지원 여러차례 국내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과거 김대중 정권의 핵심으로, 일부 언론으로부터는 ‘정치9단’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였기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누누이 이 점을 강조해야만 했다.

박 원장은 특히 취임 전날인 지난해 7월28일에는 자신의 SNS에 '박지원, 국정원 흑역사를 종식시켜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공유했다.

해당 칼럼은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국내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원 개혁을 약속했고, 서훈 전 국정원장이 상당 부분 개혁을 완수했다고 한다.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에 취임하면 그 같은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사찰의혹에 대응하는 박지원 원장과 국정원의 대응을 보면 이 문제를 2개월도 남지 않은 보궐선거에 여당 지원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박지원 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국회 특별법이 제정되면 법에 따라 사찰 목록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사찰 논란에 불을 붙이자 국정원이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뜻’을 핑계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표면적으로는 “국정원의 60년 불법 사찰 흑역사를 처리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직무 범위 일탈’에 따른 정보 수집이 지난 2008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명박 정부 때까지 진행됐으며 박근혜 정부 때도 지속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찰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원장은 일부 언론이 붙여준 ‘정치9단’이라는 별명답게 국회와 법절차를 교묘하게 활용,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국정원의 국회보고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 51명이 서둘러 ‘국정원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는데 이것이 박 원장으로 하여금  국회에서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당과 국정원이 이같이 사찰문제를 보궐선거 이슈로 만들자 KBS 등 일부 친여 매체들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정원 정치공작의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서슬 퍼런 임기 초반의 적폐 청산에도 드러나지 않던 문건이 선거 직전에 짠 하고 등장했다”며 “이것은 국내 정치 개입 정도가 아니라 선거를 위한 정보기관의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선거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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