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아스트라제네카 확보했다며 큰소리치더니...백신접종대란 가시화
오는 26일부터 1차 접종...대상자 약 78만명에서 만 65세 이상 50만명 제외
상반기 공급가능 백신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 뿐인데 '고위험군'부터 배제
"사망자 발생, 중증 진행 등이 늘고 의료진 부하도 지속될 것"
"다른 나라는 화이자도 있으니 미루는 것...당초 계획대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해야"
다른 나라 전국민 접종 완료 시점에 한국만 국민끼리 요란스레 나눠맞기 할 수도

문재인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만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 처음부터 망가진 셈으로 전체 접종 일정 역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고령층을 접종할 백신이 없게 됐다며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요양시설·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 27만2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접종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다. 정부는 당초 1분기에 요양시설 노인·종사자 78만명을 접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논란 끝에 만 65세 이상 50만명이 접종에서 배제됐고, 65세 미만 27만2천명이 첫 대상자가 됐다.

추진단은 당초 '1호 접종군'으로 예정됐던 만 65세 이상의 고위험군을 접종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 "접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미국 임상시험 결과와 영국 등 기 접종 국가의 효과 정보 등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만 65세 이상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여부는 3월 말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그러면서도 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원성, 중증질환 및 사망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까지만해도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을 포함한 약 78만명을 대상으로 1차 접종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정부는 처음부터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당장 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올해 1분기에 공급가능한 백신이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 제품 뿐인 상황에서 최우선 접종 대상이어야 할 고위험군부터 배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늦춰진 접종 일정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추가 임상 정보가 예상대로 3월경에 나오지 않으면 고령층 접종은 계속 늦춰질 수 있다.

믿을 건 WHO가 후진국들을 대상으로 백신 물량을 분배해주려 조직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뿐이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하면 코백스를 통한 화이자 물량이 1분기에 공급 가능한 유일한 백신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어도 앞으로 한두 달 정도는 고령자에게 백신 접종을 못 하는 상황인데 여전히 (고령) 확진자 발생이 많은 터라 고령층에 대한 보호가 접종 가능 시기까지 괜찮을지 걱정"이라며 "고령층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사망자 발생, 중증 진행 등이 늘고 의료진 부하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은 "백신을 선제적으로 잘 구비해둔 국가들은 화이자 백신도 이미 가지고 있으니 고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미루고 우선 화이자를 쓰는 식으로 분배할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지 않느냐"며 아스트라제네카를 당초 계획대로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상 임상에서 만 65세 이상이 빠진 게 아니다"며 "다만 65세 이상,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의 비율이 적어 효과성을 확신하는 게 각국 정부마다 다소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고령 환자에게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 없는 '물백신'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연말 확보했다며 떠들썩하게 알렸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올해 3분기까지 순차적으로 소량씩 들어온다. 반면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전 국민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같은 기간동안 이를 구경하며 소량씩 들어올 백신을 국민들끼리 요란스레 나눠 맞게 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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