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대표 공약인 ‘21분 컴팩트시티’의 실현가능성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의 경쟁자인 우상원 의원도 14일 가세하고 나섰다.

우상호 의원도 구체성 결핍 등에 의문 제기

우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분 컴팩트시티’를 비롯한 박 전 장관의 공약들에 대해 “오늘부터 박영선 후보에 대한 정책 검증을 시작하려 하는데, (모두) 구체성이 결여됐다”면서 “21분 도시 공약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민주당다운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21분 컴팩트시티 공약이 왜 구체성을 결여했고, 민주당다운 공약이 아닌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못했다. 차차 연구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의원이 보기에도 뭔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1분 컴팩트시티’에 대해서는 여권의 핵심 브레인을 자처하는 김어준마저 비아냥대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박영선 밀어주기에 여념이 없는 김어준이 보기에도 21분 컴팩트시티 공약은 실현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내용인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 9일 tbs <뉴스공장>과 11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자신의 대표 공약인 21분 컴팩트시티와 선거 상황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에서 박 예비후보는 일관되게 야권후보를 깎아내렸으며 심지어 여당 경선후보인 우상호 의원마저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대표공약인 ‘21분 컴팩트시티’에 대해서는 내용을 정리하지 못해 김어준의 핀잔을 수시로 받기도 했다.

① 황당한 21분 컴팩트시티...도보, 자전거, 자동차 중 무엇을 선택해도 똑같이 21분 걸려?

9일 뉴스공장에서 박 예비후보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21분 컴팩트시티’에 대해 설명했다. 9분 바르셀로나와 15분 파리에 대한 이야기 끝에, “서울은 15분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20분을 기준해서 왼쪽으로 2km, 오른쪽으로 2km를 걸어가면 반경 4km가 나온다”면서 “그게 4대문안 크기인데, 그걸 기준으로 서울을 나누면 21개가 나온다”라고 기본 컨셉을 설명했다. 김어준은 당황한 듯 “22개가 나오면 어떡할 뻔했느냐?”고 지적했다. 그 말에 박 예비후보는 “그럴 수도 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서 21개로 만들었다”고 얼버무리며 웃으면서 답했다.

이에 대해 김어준마저 “아니 그럼 20분 컴팩트도시이지, 왜 21분이냐?”고 반문했다. 박 예비후보는 “반경 4km로 그렸더니 21개가 나와서 21분, 21개, 21세기, 2021년이다”라고 억지춘향식 설명을 했다.

도시지리학을 전공해서 오래 고심했다는 공약치고는 근본없는 설명이었다. 9분 도시 바르셀로나만 해도 컨셉이 분명하다. 9분 동안 걸어갈 수 있는 블록을 만들어서 그 안에 자동차가 못 들어가게 했더니 탄소배출이 40%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9분짜리 블록을 계속 확산시켜나간다는 컨셉이다.

그런데 박 예비후보는 11일 다스뵈이다에서 컴팩트도시의 21분은 ‘상징적’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걸어서 21분, 대중교통으로도 21분, 자전거로도 21분. 상징적인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3가지 교통수단에 따라서 21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런데 상징적인 의미라니, 황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20분 동안 걷는 거리를 2km로 기준으로 해서 반경 4km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게 40분 걸리는 거리지, 어떻게 21분 거리냐? 정말 기본도 개념도 없는 정책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1분 컴팩트도시의 애매모호한 개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예비후보가 처음 21분 컴팩트도시를 얘기할 때만 해도, ‘50만명을 기준으로 인구 1000만명인 서울을 21개의 컴팩트도시로 재편해서, 21분 생활권 안에서 생활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25개 자치구와의 관계 설정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번에는 ‘걸어서 20분 거리’라는 개념으로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그마저도 ‘걸어서 20분 거리’가 다시 ‘21분’으로 둔갑한 데 대한 정확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22개가 나왔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김어준의 지적에도 그냥 웃음으로 무마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② 가분수형 건축물인 ‘수직정원 등대’, 높이는 몇 미터이고 붕괴위험은 없나?

박 예비후보의 21분 컴팩트도시에 상징물로 자리하게 될 건물인 ‘수직정원 등대(Vertical Garden Lighthouse)’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11일 다스뵈이다에서 박 예비후보는 “걸어서 사방으로 가는 거리 단위로 블록을 나누겠다. 그 블록의 중심에 이걸 만들겠다. 파리하면 에펠탑 하듯이 (랜드마크로 만드는 거다). 이 안에 가면 웬만한 게 다 해결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종의 가분수형 건축물을 지어서 그 안에 공원과 주택을 조성할 경우,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에 김어준이 “21개 블록의 중심에는 이게 다 있다?”라고 반문하자 박 예비후보는 이번에도 정신없는 대답을 내놓는다. “꼭 중심이 아니어도 다 있다”라는 답변이다.

김어준은 9일 뉴스공장에서 박 예비후보가 이걸 처음 설명하자 “점점 뭘 갖다붙이는군요”라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였다.

박 예비후보가 지난 9일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직정원 등대’는 거주기능· 녹색환경· 기본 생활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구현되는 환경친화적 도시 공간을 의미한다. 도시 환경을 녹색으로 바꾸고, 열섬 현상을 줄여줄 뿐 아니라 도시 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건물의 단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박 전 장관 측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고밀도화된 도시에서 공원을 수직화시켜 운동과 산책이 가능한 수직나무 나선형 산책길이 생기고, 1인 주택·오피스·스마트팜이 함께 하는 공간에선 도시농부의 삶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11일 다스뵈이다에서 박 예비후보의 설명은 중구난방 이어졌다. “여러 개를 만들어서 바람길을 만들겠다. 그 밑에 그늘이 생기기 때문에 열섬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며 “다보스포럼에서 이걸 발표했는데, 다들 좋다고 하면서도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쪽 업체에)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스마트팜을 집어넣고 주택을 집어넣고...”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정도 규모나 크기로 짓겠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하늘을 향해서 두팔 벌리고 있는 건물 모양도 부자연스럽다. 심지어 김어준마저도 “이거 실제로 되는 거 맞나요? 위태위태해 보이는데”라며 지적했다.

박 예비후보는 첫 번째 후보지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공원’을 들었다. “그 공원을 저렇게 만들면 서울시민들이 와서 보고 무릎을 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어준은 “일단 당선이 돼야지”라고 박 예비후보의 기세에 제동을 걸었다. 아랑곳않던 박 예비후보는 “건축가가 나에게 ‘후보님, 이건 1년 2개월에 완성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드라이브를 걸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당선되면 바로 조립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설계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치 서울시장에 당선되서 당장이라도 ‘수직정원 등대’를 만들 기세였다.

기세 등등한 박 예비후보에게 김어준이 “너무 신나 보인다. 텐션이 너무 높다. 빨리 선거를 치르고 (시장)하고 싶은가 보다”고 덧붙였다.

21개 컴팩트시티마다 세워질 수직정원 등대의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붕괴위험은 없는 것인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추가로 제시되지 못한다면, 21분 컴팩트시티 공약은 표심을 얻기 위한 ‘대국민 기만극’으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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