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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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검찰의 손발을 완전히 잘라내서 ‘식물검찰’로 전락시키려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을 포함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예외없는 수사를 벌여온 윤석열 검찰총장을 퇴진시키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윤총장 죽이기의 대안인 셈이다.

집권세력 보호위해 국가기관 분리해체하는 초유의 사태

집권세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기관을 즉흥적으로 분리하고 해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검찰수사의 칼끝이 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겨냥하자, 청와대는 발끈하면서 검찰수사가 정책의 정당성을 심판할 수 없다는 궤변을 펴면서 검찰의 수사를 힘으로 누르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청와대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원천 부인하면서 관련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에 다름 아니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전형적인 임기말 권력의 어리석음이 되풀이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권 핵심부가 최근 급발진시키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그 주역이다. 더욱이 각종 비리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설날인 12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입장을 밝히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자, 검찰 수사권을 빼앗자고 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범죄 피의자가 법대로 대응하는 수사관을 교체하자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경제, 선거, 부패, 공직자 등 6대범죄 수사권 독점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려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이 법은 현재 검찰이 가진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기능을 떼어내, 공수처와 같은 별도 수사기구인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의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공직자 범죄, 대형참사 등이다. 황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에 따르면, 6대 범죄 직접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되며, 검찰은 직접수사 기능 없이 기소 및 공소 유지만 담당하게 된다.

황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국가수사본부,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등으로 국가 수사기관이 다원화된다"며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각 수사기관은 기관별로 담당하는 범죄 수사 영역에 대해 특화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범죄수사청 제안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일 지지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형사사법 관련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보유하고, 검찰청은 형사사법 관련 고위공직자 이외의 사람의 범죄에 대한 기소권과 경찰의 1차 수사권에 대한 보충수사 요구권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피의자 신분인 조국이 배후에서 ‘식물검찰’ 플랜을 총지휘?

조 전 장관은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법 제정안을 지지하면서 “중대범죄수사청은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보유하고, 경찰청은 6대 중대범죄를 제외한 범죄에 대한 1차적 종결권을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인 조 전 장관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황 의원이 제안한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한 조 전 장관의 설명을 보니, ‘조 전 장관이 뒤에서 총지휘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라고 성토했다.

결국 검찰은 수사권은 전혀 없이, 기소권만 갖는 식물조직이 되는 게 핵심이다. 잘못된 수사결과가 나와도 속수무책이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 권력형 비리를 은폐하거나 민생범죄에 대해 부실수사를 해도 견제할 곳이 없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한까지 다 뺏겠다는 것은, 검찰을 공소유지 전문기관(공소청)으로 축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공수처도 아직 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힘 빼기’만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자칫 수사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사주체가 4개로 분할되면 대혼란, 사각지대 생겨도 책임소재 불분명

야권의 한 관계자는 “범죄 수사라는 것이 칼로 무 자르듯이 정확하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책임 관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생긴다”며 “도대체 수사기관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겠느냐?”고 강력 성토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수사역량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기우이다. 6대 범죄 수사에 소질과 경험이 많아 이를 계속하고 싶은 검사는 검찰청을 떠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소속과 직위를 변경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의 범위와 내용’을 두고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9일 검찰개혁특위 산하 ‘수사-기소권 완전분리 티에프(TF)’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 뒤에도 남아있는 검찰의 6대 직접수사 대상을 검찰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없애고 기소만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단계까지 필요성을 인정할 건지 등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의견이 갈린 부분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두고 검찰 출신과 비검찰 출신 의원들 사이에 있었다고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 검찰 출신 의원들이 ‘너무 큰 개정 작업’이라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의원들은 이 법안에 발의자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개혁특위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정리해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당론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답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TF팀장 박주민은 황운하와 딴소리

더불어민주당의 ‘수사기소 분리 TF’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지난 11일 진행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50회에 출연해서 황운하 의원과는 다른 내용의 발언을 했다. “공수처가 검찰의 일부 권한을 가져간 것처럼, (중대범죄)수사청도 일부 권한을 가져간다. 아이디어는 이제 정리되었고, 당내 절차를 거쳐서 법안을 성안해서 발의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미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발의한 황운하 의원과는 다른 내용의 발언인 셈이다.

김어준은 박 의원에게 “원래는 여기까지 안 갈려고 했다면서요?”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추-윤갈등을 비롯한) 생난리를 지켜보다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수사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자는 얘기는 20대 국회 때도 나왔던 거다. 공수처보다 더 오래된 얘기다. 70년 된 얘기다. 20대 국회때는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6대 범죄로 좁혀놓은 거고,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2단계로 가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답했다.

김어준은 조국 전 장관이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한 말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조 전 장관이 12일 페이스북에서 쓴 내용 중에 “문재인 정부 초기 당·정·청의 구상은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성취 후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수사·기소 분리’로 나아간다는 단계론이었다”면서 “그러나 전 국민이 검찰의 폭주를 목도하고 촛불을 든 후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에서도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월성 1호기 수사, 4.7보궐선거 수사 등은 사실상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휘?

문제는 윤석열 총장과 검찰의 수사권한을 뺏기 위해서 졸속으로 법이 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청을 기소청 또는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찰청법을 개정할지, 아예 폐지하고 공소청법을 새로 만들지 합의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약간의 이견을 보이는 부분과는 달리,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총리실이나 행정안전부가 아닌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여진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티에프 관계자는 “법무부 산하에 외청으로 설치해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면서 “행안부 산하로 보내면 경찰 권한이 너무 비대해진다. 또 업무가 방대한 총리실 산하로 보내면 세심하게 챙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이 법무부 산하 외청으로 설치될 경우 박범계 법무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둘러싼 의혹, 4.7보궐선거 관련 범죄 수사 등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조직은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것 이외에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공수처장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면 또 조직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과 달리 공수처는 또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해 만든 공수처가 만의 하나 여권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공수처의 힘을 빼고 다시 검찰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조직 개편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수사권한을 두고 조직과 제도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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