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옥 대통령 비서실 인사수석(사진=연합뉴스)
조현옥 대통령 비서실 인사수석(사진=연합뉴스)

'여직원 성추행'으로 촉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57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의 여성정책의 실상이 모두 까발려지는 모양새다. 전임 서울시장은 성추행을 저지르면서도 그가 기용한 여성정책 총괄 실무자는 청와대 수석, 외교대사로까지 영전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박원순 前 시장의 '여직원 성추행'에도 서울시가 추진하던 '여성 정책 행동강령'은 정작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 박 시장 재직시절 만든 행동 강령 범주에서 적용 대상자인 서울시장이 이를 완전히 이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가족정책실 행동강령'은 누가 만든 것일까. 바로 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이었던 조현옥 現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대사다.

서울시청의 여성가족정책실 조직도(사진=서울시청)
서울시청의 여성가족정책실 조직도(사진=서울시청)

우선 서울시가 추진해왔던 각종 여성정책의 주무 부처는 '여성가족정책실'로, '박원순 서울시의 여성정책'은 모두 이곳을 거친다. 여기서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근무했던 조현옥 대사의 흔적이 나타난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이곳에서 근무했다.

'여성가족정책실'은 6개 부처로 구분되는데, 그중에서 '아이돌봄·보육정책 4개부서'를 제외한 2개 부서 '여성정책담당관실'과 '여성권익담당관실'이 성추행 문제에 대한 주무부처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장의 이번 성추행 사건은 '자충수'나 다름 없는 셈이다.

'여성가족정책실'은 지난 2014년 12월8일,'행동강령 세부 시행지침 개정(안)'을 공개했다. 박 前 시장이 재직할 당시 공개된 이 개정안에 따르면 초입부터 '공무원의 기본자세', '업무에 임하는 자세' 등이 제시돼 있다. '직장생활의 태도'와 '청렴 및 품위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구성돼 있는데, '성희롱 관련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게 명시돼 있다.

여성정책담당관실은 박 前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서울시 입장', '합동조사단 자료' 등을 내놨다. 그러다 8월에는 '서울시 성차별 성희롱 근절 특별대책 마련 전문가 참여 대책위원회 구성 발표'를 시작으로 '온라인 공예축제'와 '여성공예인 창업 등용문 참가자 모집'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놨다. 

박원순 시장이 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상보육예산 관련 서울시 입장 및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시장 오른쪽은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 정효성 기획조정실장. 2013.9.5(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이 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상보육예산 관련 서울시 입장 및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시장 오른쪽은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 정효성 기획조정실장. 2013.9.5(사진=연합뉴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 대통령 비서실 인사수석으로 등용된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에 대한 언론 인터뷰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 인사수석실 균형인사비서관이었던 조 실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대사로 영전했다. 전직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된 직후인 2011년 12월부터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4년 넘게 근무했다. 서울시에서 공개한 당시 조 실장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서울시의 모든 정책을 성인지적으로 만들고 성평등화를 추구하는 것"

▲ "'성평등'과 같이 좀더 친근한 말로 바꾸고 특강, 홍보 등을 통해 성평등이 '여자가 남자 머리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잘 살자'는 것임을 알리려 한다"

▲ "화장실을 예로 들어 남녀에게 똑같이 5칸씩 배분할 경우 수치상으로는 공평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속성을 살펴보면 그리 평등한 것은 아니다"

▲ "1995년 북경여성대회에서 '젠더 메인스트리밍(gender mainstreaming)'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이를 '성주류'라는 말로 사용하는데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 "복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현옥 신임 주독일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0.11.10(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현옥 신임 주독일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0.11.10(사진=연합뉴스)

그의 이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 사태가 터진 후 놀랍게도 그는 해외 대사로 영전했다. 결국 박원순 시장의 업무용 핸드폰이 비공개되면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진실규명은 점점 늦어지는 모양새다.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여성가족정책실이 주도하는 인권위원회 권고사항 이행 TF를 편성한 상태다. 전임 시장의 '여직원 성추행'에 따른 후속조치다. 조직 개편 중인 여성가족정책실의 경우, 향후 '여성권익조사TF'가 성희롱 피해자 지원대책을 담당하게 된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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